내가 여태 이 책을 안읽고 살아왔다니!

 

라는 감탄을 일으키게 하는 책을 이번 주는 읽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

 

대니얼 키스, <빵가게 찰리의 행복하고도 슬픈 날들>이다.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책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페이지 87에 나오는 세 줄짜리 찰리의 생각에 대해 얘기하고 싶을 뿐이다.

 

 

'대학에 가서 교육을 받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지금까지 줄곧 믿어왔던 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과, 무슨 일이건 겉모습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것을 배우기 위해서임을 깨달았다.'

 

그렇다. 책에는 물론 비교적 과거의 대학(신이란 있는가, 신이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내 친구가 나쁜 짓을 저질렀다면 고발하는 것이 옳은가, 모른 척 하는 것이 옳은가 등등의 토론을 식당이며 잔디밭에서 일삼는 매우 고전적인)이 나온다.

 

요즘의 대학에서는,

줄곧 믿어왔던 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은 이렇다.

 

"이럴수가! 티비로 보던 캠퍼스랑 왜이리 달라, 쫍고 차만 까득이잖아."

"이게 기숙사야? 논스톱에서는 안그렇던데."

"여유롭고 낭만적인 생활을 원했는데... 집어칠까?"

 

내 입으로 말하기 참 쑥스러운 일이지만,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대학은 진리를 탐구하는 곳으로 알았다.>

 

진심으로 이런 생각을 했던 걸 보면, 내가 참 특이하긴 특이한 놈이었던것 같다.

 

다들 짐작은 했겠지만, 이쯤에서 나는

대학을 다닌 사람들, 그리고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대학의 목적>이 뭐냐고 묻고 싶다.

 

약속엄수를 내세우는 정치가들 틈에서 살아온 우리는

만에 하나, 과거의 나처럼,

<진리를 모색하고 나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해보기 위해서>라고 답할 경우,

정치가로 오해 받을 것이다.

 

한 마디로, 웃기고 있네, 가 되는 셈이다.

 

내가 아는 몇 몇 친구에게 대학의 목적은 연애의 장이며

지방대의 여건을 충분히 활용하는 나름대로 (고급원룸과 드라이빙용 차를 소유한)킹카에게는 섹스의 장이기도 하며

또 누군가에게는 공무원 준비의 장이고

또 대부분에게는 일단 한숨 돌리는 곳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그냥 코스~ 아냐? 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모르겠는 곳이다.

 

당시 내가 대학에 대해서 <빵가게 찰리의 행복하고도 슬픈 날들>을 읽지도 않았음에도

마치 찰리처럼 생각했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지만,

찰리는 서른 중반의 정신 박약아로 부모와 동생이 버리고 떠났어도 모르는 녀석인 걸 생각하면,

과연~ 그렇게 된거로군, 하고

알만한 사건으로 정리 요약되기도 한다.

 

내가 바라는 사회는, 거짓말 안하는 사회,

중고등학생들에게 대학의 목적에대해서 가르칠 때에는,

과거의 목적과 더불어, 따끈따끈한 현대 대한민국 대학의 목적도 함께 가르쳐야 한다.

 

전체적으로 모든 보고서를 통합할 경우, 현대 대한민국 대학의 목적은 한 마디로

"있으니~까~" 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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