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목적, 이 영화가 나온 이후로 연애의 목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얘기들을 많이 한다.

쇼프로그램에서도 자주 하는 것 같다. 술자리에서도 다들 많이 하지 않을까.

 

작년 11월 정도에 여자친구를 사귈 뻔 하다가

(사귀자 해서, 사귈게, 했는데

그후 한 달 만에 헤어지게 되어서 사귀었다고는 안하고

사귈 뻔하다가 해어졌다고 말하고는 한다.)

 

못 사귄 적이 있다.

 

"오빠가 너무 좋아. 그런데 더 좋아지기 전에 헤어지는 게 낫겠어.

오빠는 어차피 결혼 할 생각 없잖아. 그런 사람은 믿을 수 없어."

 

라는 말을 듣고 헤어졌다.

 

그때, 나는 해킹 당하기 전까지 즐겨 찾던 싸이월드 모 커뮤니티에서 대체,

연애의 목적이 결혼이냐! 고 말도 안된다고 장문의 글을 남겼다.

몇 줄의 토론이 이뤄졌는데, 적어도 인식상으로는

연애의 목적은 없다,

연애의 목적은 사랑이다,

연애의 목적은 행복이다,

등, 직접적으로 연애의 목적을 결혼이라고 하는 의견은 약했다.

 

오늘 <연애의 목적> 영화를 보러 갈 생각인데,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만

내 생각에 연애의 목적은 연애고

결혼의 목적이 결혼이 아닌가 싶다.

 

결혼 하려고 연애하는 것은,

 

미혼 남성 중 54%가 예쁜 여자보다는 돈 잘버는 여자와 결혼 하겠다.

미혼 여성 중 92%가 잘생긴 남자보다는 돈 잘버는 남자와 결혼 하겠다.

 

고 하는 여론 조사에 비추어 볼 경우,

 

연애의 목적은 결혼, 결혼의 목적은 여러가지(특히 경제적) 안정,

따라서 연애의 목적은 여러가지의(특히 경제적) 안정이라는

뭣도 안되는 연역적 결과를 추측하게 한다. 

 

이건 정말,

뭣! 도 아니지만,

흔히 말하는 결혼 적령기를 지나치는 남자, 여자에게 바다는

바로 이 뭣! 도 아닌 것들로 채워져 있지 않은가 싶다.

 

얼마 전 일요일 골목에서 초등학생 애들이 놀다가

"이 싸구려새끼" 라고 욕하는 걸 보았다.

"가난뱅이"도 아니고, "싸구려"라는 보다 본격적인 매매물로 사람이 보이는가 보다.  

 

그것도 좋다.

 

연애도 본격적인 매매물이라면,

 

그것도 좋다.

 

너희는 그렇게 하고, 나는 그렇게 안한다.

 

뭣! 으로 가득찬 바다를 빨리 건너야겠다.

즉, 서둘러 늙고 싶다는 말이다. 혹은,

배를 돌려 어린 시기로, 연애의 목적은 영원한 사랑으로,

불가능한 나라로 돌아가서 살아야겠다.

 

내가 연애의 목적은 연애잖아. 사랑이잖아. 그러니까 결혼 생각 없이 사귀고 싶어.

라고 말하면, 상대방은 이렇게 듣는다.

 

그러니까, 책임감 없이 놀기만 하다가 애정이 식으면 떠나고 싶다는 거지?

 

아니야! 라고는 말 못하겠어서 미적거리게 된다.

사실,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만큼 솔직하게 좋아하다가 영원히 그렇게 되면 좋고, 안되면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같다.

 

그런데, 한 가지, 매우 중요한 것이 있다!

결혼 한다고 해서 영원히 사랑하는 건 절대 아니라는 것이고,

결혼 한다고 해서 절대로 헤어지지 않는 것도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어차피 결혼을 해도 애정은 식고, 관계는 먹먹해진다.

그걸 믿고 싶지 않으니까, 애써 결혼 하는 것 아닌가.

 

연애가 결국 환상일지는 모르겠지만,

결혼 만큼 쉽고 빠르게 깨지는 환상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결혼을 싫어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그 결혼이,

(경제적, 사회적, 전통적, 미래적 등등등)의 이유로 충분히 사려된 '안정'을

전망하는 만큼, 딱, 그만큼

(그러니까 전혀) 환상 따위는 없기 때문이다.

 

나는 환상 없이는 살아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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