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나절부터 밤까지 술을 마셨는데
여러가지 안타까움과 기쁨과 아쉬움이 한꺼번에 들이닥치어서
상당히 오버스레 너스레를 떨며 술을 마시었다.
화장실을 가서 남성용변기를 찾아 오줌을 누는데
오줌 줄기가 평소와 다르게 기운이 없고 쑥스러운 모습이었다.
이녀석, 이별을 슬퍼하는 퍼포먼스냐?
소변줄기는 내 신체 소유물을 이용해서 할 수 있는 가장 그럴듯한 궤도를 만들어낸다.
이 궤도는 늘 한결같다고 여기다가도,
나이에 따라서,
알콜 농도나 수분 정도에 따라서,
성기의 단단한 정도에 따라서,
자세에 따라서 매번 다른 궤도를 만들어 낸다.
그렇다고 소변의 궤도에 나다움이 전혀 없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나만의 신장, 나만의 성기, 나만의 자세, 나만의 신체 조건에 따라서
나이에 따라,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통합적으로 연출되는 아마도
나만의 소변궤도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문득, 여성들의 경우 자신의 소변 궤도를 자세히 보기 힘들고
그 때문에, 그것을 보상하는, 남자와는 다른 소변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있을 것 같은데
뭐가 있을지 궁금해졌다.
짐승들은 짐승들의 낮고 사나운 궤도를 지니고 있고
또, 인간과 비슷한 정도로 수분을 포함하고 있는 지구가 오줌을 싼다면
그 궤도는 어떤 식으로 .. 아마도 지구 중력에 의해 구름처럼 지구를 둘러싸고
히뿌옇게 흩어져서 은하수처럼 돌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오줌을 싸는 지구만의 자세는
어제 저녁 내가 느낀 아쉬움, 허탈감, 무서움과 기쁨과 비교할 때
술집 화장실에 머리를 기대고 쪼르르~ 오줌을 싸는 나의 자세와
동질성을 지니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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