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김에 한 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입장이 있다.

술김에 한 말이니까 흘려들으라는 것,

술김에 한 말이니까 진심일 거라는 것.

 

물론 여기에는 취한 척 하고서 하는 말인 것과, 정말 취해서 하는 말인것과

정말 취해서 하는 말이되 농담인 것과, 정말 취해서 하는 말이되 진담인 것을 구별해야 한다.

 

나는 술김에 TB에게 이런 문자를 날렸다.

 

[물에 못을 타서 마신 것 같아.]

 

내가 평가 할 때 이런 말은 술에 취해서 하는 진담인데, 문제는

진담이 소용이 되는 때와 소용이 안되는 때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좋아서 물에 못을 타서 마셔놓고서는 그렇다고 징징거리는 것은

진담이되 소용이 되지 않는다.

자신이 아프다고 알아줄 때까지 징징거리고 무언의 요구를 하는 행위란

본인 자신과, 자신의 (보편적인)부모와, 그런 자신을 짝사랑하는 누군가(있다면) 외에는

모두에게 꼴불견이다.

 

아무튼 상대방 TB는 이렇다할 표시가 없는 상황에서

적당한 균형관계를 가지고 만나는 것에 만족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이처럼 묵직하게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곧

 

관계의 저울추에 균현을 무너뜨리는 행위였을 것이다.

 

추는 한 쪽으로 기울고, 그래서 내가 한없이 가라앉는 동안

(물귀신처럼 상대방 역시 끌어안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추는 반대로 더욱 가벼워지고

대기권 바깥까지 솟아서 보다 가볍고 신선하고 높고 푸른 사람을

그리워하게 되리라는 건 뻔하다.

 

이런 사실을 알기 때문에 맨정신으로는 못을 구워먹든 얼려삼키든

티를 내지 않으려고 기를 쓴다.

다만 술을 마시고 나도 모르게

빼도 박도 못하는 못질을 한 것 같아서 후회가 되기도 하는데

 

아, 그래도 털어놓고 나니 시원하다.

 

 

 

'some' 카테고리의 다른 글

표정이  (0) 2005.06.28
이건  (0) 2005.06.28
소변의 궤도를 따라  (0) 2005.06.28
어쩌면 이렇게 또...  (0) 2005.06.28
쑥 !  (0) 2005.06.2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