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번뜩이는 사업 아이디어를 내놓고는 하는데

대부분은 무시하거나 못들은 척 한다.

 

이번 아이디어는 무시무시하게 실용적인 제품, 키스용 안경이다.

 

내 시력은 0.0  0.1  로 별로 좋지 않다.

버스나 지하철을 갈아탈 때 몹시 불편하지만 평상시에는 가급적 안경을 안 쓴다.

 

안경이 불편한 데다가, 남들이 말하길 안경 쓴 게 더 낫다, 고 해서

일부러 안쓰고 다닌다.

 

게다가 내 눈이 이토록 나쁜 지도 모르고 살아온 긴 세월 동안 나는

남들도 다 세상이 흐릿하고 뿌옇게 보이는 줄로 알았는데다가

 

진실이란, 안경이나 돋보기, 망원경, 현미경, 렌즈를 통해 드러나기도 하지만

맨눈으로 잘 볼 수 없다는 것이 곧 진실이기도 하기 때문에

진실체감의 취미로서 안경 없이 생활 하려는 무의미한 노력을 가열차게 하고 있다.

 

눈이 나빠 가장 안타까울 때는 지하철 오르막 계단에서 앞 여자의 치마가 펄럭일 때와

수영장에 가서도 늘 뿌연 모습만 보고 오게 될 때, 아가씨인 줄 알고 헉헉거리며 헤엄쳐

갔는데 아줌마 일 때이다.

 

그런데 요새는 상당히 자주 안경을 쓰고 있다.

왜냐하면 TB와 있을 때면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집요하게 쳐다보기 위해서다.

근데 이 여자는 내가 코앞에서 안경까지 꺼내쓰고 뚫어져라 쳐다봐도

립스틱도 바르고 할 일을 다 한다.

 

안경을 쓰면 그녀의 얼굴, 잡티며 코밑의 자잘한 털들까지 다 보여서 좋은데,

다만 키스하거나 포옹할 때 걸리적 거리고는 한다.

 

그러니 안경을 쓰는 사랑에 빠진 이들을 위한 키스용 안경은 반드시 나와야 할

범안드로메다적 발명품이 아닐 수 없다.

 

가볍고, 키스에 하등 불편함을 못느끼는 친숙한 착용감이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 외에 옵션으로는, 키스를 15초 이상 하면 불이 들어와서 깜빡거린다거나

쾌감지수가 높아지면 싸이렌이 울린다거나

그날 몇 번의 키스를 했는지 알 수 있도록 키스 횟수가 기록되는 것이다.

 

아, 진짜 멋진 발명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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