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서 수능은 기본으로 하고 논술의 비중을 강하게 하겠다는 발표를 했다고 하는
엉덩짝 만한 기사를 신문에서 보고 크크- 웃었다.
대학 3-4학년 때
초등학생에서부터 고2까지 학생들 50여 명에게 글짓기 지도를 했는데
(물론 당시 학생들이나 어머니들에겐 경력 3년 차라고 속였지)
그때 느낀 몇 가지를 결과만 짚고 넘어간다면
한국 아줌마들은 머저리들에다가 몹시 불쾌하다는 점. 자기 자식을 등가물로 생각한다는 점.
자기 얘기보다 자기 자식얘기를 더 많이 한다는 점. 그런 점이 자식들에게 압박이 된다는 점.
같은 동네 사는, 내 아이와 같은 반 아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아파트 사는데 쟤네는 단층집에
산다는 이유로 함께 글공부 시키기 싫다는 묘한 사고방식의 세균이라는 점.
그나저나 이 엉덩짝 만한 기사를 봤을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관심 없고, 진학과 성적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만 관심 많은
아주머니들의 경악,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 상상이 되어 즐겁다.
어떻게 하면 감상글을 잘 쓰냐 어떻게 하면 책을 잘 읽냐 어떻게 하면 꾸준히 쓰고, 길게 쓰고, 멋드러지게 쓰고, 즐겁게 쓰냐.
몇 가지의 방법이 있는데, 기본적인 필수 방법으로는, 자식에게서 관심을 좀 꺼주라는 것.
초등학생 정도만 되도 글을 쓰라고 하면 긴장 부터 한다.
잘 써야 한다는 것, 뭔가 써야 한다는 것, 뭔가가 어른들을 만족 시킬 뭔가여야 한다는 것,이
그들을 긴장시키고 도피시키고 회피시킨다.
중학생 쯤 되면 적당히 도피와 회피가 벽이 되어서
글쓰기에 대한 자동화된 차단막이 종이와 심장 사이를 가로막는다.
고등학생 쯤 되면 돌덩이 씹어 삼키듯이 꾸역꾸역 뭐든 하긴 해보려고 하면서
글쓰기란 이토록 고독하고 괴롭고 진절 머리 나는 것이구나 하면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머리카락 빠져가며 엉터리 글 나부랭이를 들이민다.
최초의 문제이자 모든 문제인 문제점은
어른(부모, 선생)을 만족시킬 만한 뭔가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아끼던 학생 중 하나였던 H군은
올해 중학교에 들어가자마자 학교 대표, 시 대표로
강원지역 통일 백일장에 나갔다 왔다.
이 아이의 경우는 어른들을 만족시키는 행위에서 보람과 기쁨을 찾는 타입이고, 게다가 상당히 스마트 하다. 때문에 이녀석이 한 달 전에 전화를 해서
학교에 통일 글짓기 써서 내려고 하는데 도와달라- 해서
뽑힐 만하게 글 쓰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스마트한 이녀석은 전화통화 30분으로 알아듣고는 그렇게 써서 냈고
학교 대표가 됐고 다시 시대표가 되었는데 도 대회에서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타입은 어떤 면에서 감수성이 상당히 무딘 녀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어른들을 만족시키도록 쓰는 것에 불쾌감을 안느끼는 것이다.
다만,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고 칭찬을 받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몸에 배인 녀석이다.
그러므로 사실, 글 쓰기를 무척, 소름 돋게 싫어하는 사람들의 경우 더욱
글쓰기의 소질이 많은 섬세한 감성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이다.
물론, 이미 지금은 늦었다. 되돌이킬 수 없다.
글쓰기란 어쩌구저쩌구 시상식에서 떠드는 심사위원들만큼 세상에 쓸모 없는 사람도 없고
독후감이란 어쩌구저쩌구 해서 아이들의 꿈과 희망과 상상과 어쩌구 떠드는 어른들만큼
쓸모 없는 사람들도 없다. 아무도 그렇게 느끼지 않으면 그게 거짓말 아닌가?
글쓰기의 시작은 자신을 위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쓰게 하는 것이다.
때문에 부모가 책을 골라주고 읽히고 써라- 떡볶이 사줄게 하는 시점에서 글쓰기는
떡볶이 만도 못하게 가치를 상실하고 아이에게는 회복될 수 없는 상처를 준다.
초등 6학년 모임에서 논술 주제로 왕따문제가 주어졌는데
솔직하게 물어본 결과 그 모임의 아이들 네 명 중에서 세 명이 왕따가 있어야 좋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글 써라- 했더니 당연한듯이 네 명이 모두 왕따는 별로 좋지 않다는 식으로
논술을 써냈다.
왜냐하면 왕따가 좋다 필요하다 괴롭히고 싶다고 써내는 글은 칭찬받지 못하고 뽑히거나 상을 받을 수도 없고 성적이 좋지도 않기 때문이다. 겉과 속이 다른, 이른바 비참한 사회화를 학교, 학원, 엄마를 통해서 배우고는, 인터넷 게임 속에서 질질 울고 있는 아이들이다.
그래서 다 버려버리고, 애들이랑 솔직하게 왕따가 있는게 좋은지 나쁜지 한 시간 정도 토론을 하고 솔직하고 재밌게, 본인이 재미 없으면 쓰지 말라고, 욕을 써도 된다고 다시 쓰게 했다.
(아이들에게 욕을 써도 된다고 할 경우, 글의 분량이 상당히 쉽게 늘어난다, 아이들은 욕을 쓰는 걸 즐거워한다.)
그래서 결국 세 명은 왕따가 있어야 한다는 논술을 쓰고, 한 명은 없어야 된다는 논술을 썼다.
잘 쓴 사람에게 상을 준다고 했는데 가장 잘 쓴 녀석을 뽑아서 상을 주었고, 그녀석은
왕따가 있어야 한다고 쓴 녀석이었다.
녀석은 일제시기에 친일한 조선인들을 다른 조선사람들이 따돌리고 뒤에서 욕하고 그런 것은 엄연히 왕따 시킨 것 아니냐고 썼다.
그럴듯 하다.
입시 논술 위주에 맞춰서 가르키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는 있다.
하지만 배우는 녀석이나 가르치는 녀석이나 보람이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중고등학생들과 입시 논술을 공부할 때는
언제나 출제자와 채점자 비위 맞추기에 신중을 기한다.
언제부터 글쓰기가 비위맞추기가 되었나?
이제는 글쓰기가 서울대 비위 맞추기가 되련가?
이쯤 한 번 웃어줘야지. 크크
암튼, 이제 서울 땅에 있겠다, 기회만 잘 맞추면 그 불에 구운 황금처럼 살살 녹는다는
강남과외를 하게 될 기회가 올 수도 있겠군.
그런건 그야말로 비지니스-지.
그들은 내게 돈을 지불하고 나는 그들에게 결과를 지불하고,,,
채점자 여러분, 문제 출제자 여러분, 서울대 관계자 여러분~~
걱정 말아요~ 여러분들 맘에 쏙 들게 쓰도록 가르쳐서 보낼게요~~
물론 실제 속마음과는 상관 없는 글들이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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