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 자랑은 아니지만, 자랑스럽게도, TB는 인기가 많아서 5년 된 남자친구도 있고
여기 저기 해프닝도 있었다고 한다.
알건 모르건 참 무뚝뚝하고, 좋아한단 말도, 두부만큼이나 안하는 녀석인데
(두부는 나를 짝사랑한다 항상 물속에서 물끄러미 나를 올려다보고는 한다)
이렇게 인기가 많은 녀석이라니 우쭐할 정도로 내가 기쁘다.
어제 비를 피해 담벼락에 가만히 서 있다가 담배가 피고 싶었는데
내가 담배 피고 싶다고 할 적마다 좋아한다고 말해주기로 해서 담배를 끊었는데
담배 피고 싶다고 해도 좋아한다고 안해줘서 담배를 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하고 그러는 날이었다.
넓은 광화문 거리, 그날따라 조용했던 버스정류장에서 처음 손잡은 생각이 났다.
<종로의 테라스>라고 내가 이름 붙인 원래 이름은 엄청 못마땅한
그렇지만 아주 멋진 술집에서 처음 밤하늘을 보면서 키스했던 생각이 났다.
그 외에 처음 내게 좋아한다고 한 날이나 처음 약속을 정한 날이나
그런 날들이 부정확하게 떠오르고 휘청거리며 흔들리거나 팔락팔락 날아다니고는 한다.
홍대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키스를 했는데
누가 보면 우리 정말 열렬히 사랑하는 줄 알겠다고, TB가 우스게 소리를 했다.
나도 함께 웃었다.
결혼 할 생각 없다고 독신주의자라고 결혼 전까지만 만나자는 나,
남자친구가 내년에 미국 유학 가는데 함께 가야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TB,
우리는 대체 무슨 관계일까, 하하하
우리는 그냥 좋으면 되지, 하하하
어젯밤 가방을 바꿔 정리하다가 작년에 혼자 보고 온 영화 티켓을 발견했다.
장 이모우 감독의 <연인>
그럼 나는 금성무인가? 하하하
그래 우리는 연인이다.
남자친구, 여자친구도 아니고, 사귀는 관계도 아니고, 그냥 연인이다.
(숨겨놓은, 감춰진, 삼각관계의, 비도덕적인) 이런 수식어는 빼고,
주어는 마음에 있는 거니까.
우리는 연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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