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유를 몹시 좋아하는데 우유를 몹시 좋아하는 사람답게
떡처럼 하얀 우유를 껄떡껄떡 씹어 마신다.
가장 좋아하는 우유는
플란다스의 개가 끌고 온 새벽 수레에 담긴 땡그랑 유리병 우유.
물론 아직 못 마셔봤다.
그저께, 어저께, 오늘
3일 동안 아침마다 수퍼마켙에 들러서
'우유 속에 모카치노'를 사서 TB에게 주었다.
오늘 아침도 문자를 보내서
[오늘도 모카치노 먹을거야? 아니면 다른 거?] 라고 물어보면서
지하철을 타고 내렸다.
버스를 갈아타면서
오늘도 우유를 사야겠다고 생각하니까
일하러 가는 기분 보다는, 우유 사러 가는 기분이 들었다.
젊은 남편이 일터로 나가면서
"우리 애기 우유값 벌어 와야지!" 하고 스스로를 기쁘게 하는
상쾌한 안마 같은 말을 아내에게, 동네 사람들, 직장 동료에게 하는
그런 기분을 잠시 맛봤다.
물론 우리의 관계는 남편과 아내도 아니고,
남자친구와 여자친구도 아니고,
동네 사람도, 직장 동료도, 친구들도, 다 모른다.
그러면 어때.
대관령 젖소 한 마리, 남아메리카 모카 열매 따는 원주민 아이 하나는
우리를 위해 우유를 만들어주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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