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에

좋아하는 사람들을 몇 명

그림 그리거나 시를 만들어서

겨울이 되면,

크리스마스 트리에 매달려고 했었다.

 

그리고 겨울이 되자, 그 계획을 까맣게 잊었다.

 

그리고 다시

여름이 되자 그 생각이 난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뻣뻣하고 싱싱한 겨울 나무에 매달려서 반짝반짝 대롱대롱 흔들리면

 

반지하공장에서 찍어내는 그 엉성한 별, 텅빈 플라스틱 볼 보다 약,

120억 광년 만큼 더 예쁠텐데...

 

그치만 13억 광년 만큼 귀찮은 데다

기억력의 감퇴 속도는 초당 3720mile 이다.

 

더구나 좋아하되 자주 보지 못하게 되는 사람들이다보니

그림 그리려 하거나 시를 쓰려 할 때

막연하게 몇 가지의 기억과

평범한 단상들만이 떠오를 뿐이다.

 

예를 들어,

내 친구 A는 키가 얼마고 외모는 어떻고 어느 지방 말씨를 쓰며 무슨 일을 하고 무슨 차를 타고 어느 학교를 나와서 어떤 생각을 하고 착한 녀석이다.

라는 하나도 반짝거리지 않는 생각들만 나고는 해서

 

항상 붙어 있는 꾸준한 자만이

경험 할 수 있는 혜성의 목격이나 개기일식 같은 특별한

모습을 발견하고 그려내거나 시를 써낼 수 있음에 반해

 

덜 반짝거리는 무딘 트리 장식이 되지는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뭐,

항상 최고의 트리를 만들 수도 없고

항상 최고의 크리스마스를 맞을 수도 없는 것처럼

 

어느 별은 더 밝고 어느 별은 흐릿한 것처럼

 

어느 사람의 그림은 더 예쁘고 어느 사람의 시는 덜 좋고 그래도 다 같은 나무에 매달리면

내 크리스마스 트리로 족함이다.

 

그래도 몹시 귀찮으니까, 가을 쯤 되면 잊어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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