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조를 입느니 중고를 입거나 싼 브랜드의 진짜를 입겠다, 고 생각했었다.
대체, 루이뷔똥 이미테이션을 15만 원 주고 사는 동생아, 뭐 하는 짓이냐
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어제 인사동에서
이미테이션 나이키 반팔 티 하나와 이미테이션 퓨마 반팔 티 하나를 샀다.
착용감에서 차이가 있되 큰 차이는 아니고
디자인 카피도 그럭저럭 잘 됐고
맘에 들었다.
이미테이션 나이키를 입을 때는
나이스 운동화의 나이트 부킹 에센셜 트랜드*처럼
추종과 복종의 느낌 보다는
놀림과 유희의 느낌을 강하게 주도록 해야 한다.
'내 나이키를 갖고 싶었으나 돈이 없어 짝퉁을 입는다, 남들이 그 사실을 알까봐 두렵다.'
이런 식이어서는 무척 곤란하다.
만약, 나이키를 동경하며 자란 당신이라면 나이키의 정신 "Just do it"
나이키 이미테이션이라도 "Just do it" 할 수 있는 스피릿을 권장한다.
나이키 정신이란 실상 하얀색 면티에 나이키 로고를 직접 그려넣고
동네 공터로 빈깡통을 차며 뛰어나가는 데서 감각적으로 다가오는 것이지
롯데리아 알바 꽁꽁 때워서 퉁퉁 부은 다리로 산 예쁘게 생긴 나이키 운동화에 대해
빗물 들어갈라 먼지 묻을라 애지중지 곱게 다루는 패션화로서의 취급이 아닐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Just do it 나이키든 그것의 이미테이션이든 아무튼 어쨌든 Just do it
하는 방법과 함께 다른 방법으로는 앞에서 잠시 말한 것처럼
유희와 도전과 놀림과 조롱으로서의 착용이다.
헤어밴드에서 농구화까지 화려하게(?) 치장한 나이키 매니아들 틈에
5000원 짜리 이미테이션 티를 입고 나가서 그저 싱긋 싱긋 웃어대다 오는 것이다.
어느 땐가 어느 틈인가, 사실 나이키셔츠를 내가 입었다는 사실이 진정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 주는 데에 있어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거라는 것을
너희들이 알게 될 것이라고 암시하듯이 말이다.
오늘 그렇게 싱긋 싱긋 웃으면서 빨강색 나이키 이미테이션을 입고 나왔는데
아무도 이미테이션인줄 몰라봐서 안타깝다.
집에 가서 등에다가 매직으로 "이 옷 짝퉁임" 이라고 적기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음... 정말 그래야 겠는걸.
* 나이트 부킹 에센셜 트랜드란, 내가 급조해낸 표현으로서, 웨이터 박주영을 만났을 때 느끼는 묘한 재미와 해방감, 그리고 놀이성을 말함이다.
* 물론 이 글에서는 이미테이션 제작업자들의 상업적 마인드는 전혀 결부시키지 않았음을 밝혀둔다. 그저 존재하는 나이키 제품과 그저 존재하는 나이키 이미테이션 제품에 한 해 얘기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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