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헤어진지 3분만에 사랑이 끓는다 보고싶다고

써보내는 밀가루 반죽 같은 문자 메시지가

꾹-꾹- 눌러도 뭉쳐지지 않고

부서져버린다 담가야

사랑이지 무쳐도 사랑이고 튀기거나

생으로 내도 사랑이지 3분 만에 삶아져 나온

후끈거리는 라면에 뿌려지는 고춧가루까지도

다 먹어치울 수 있는 기나긴 시간 동안

몇 대의 버스에 반복해서 그녀를 태운다

지나간 스무 대 버스 중 어디에 태운 줄도 모른다

 

3분이면 다시 그 삶은 라면을 먹고

개수통에 그릇을 넣고 엎드려 부웅-부웅-

울 수도 있는 시간이다 신촌에서 떠난 버스가

반짝이는 도너츠 가득한 자유로를 달려가며

세상 가득 설탕가루를 문지른다

아픔이 달다는 게 이상하다고 소크라테스는

어젯밤 꿈속 내게 말했다 그건 그녀가

던킨 도너츠를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뒤돌아 전철을 타며 내가 답했다

 

천천히 가자고 천천히 가자고

풀어진 구두끈이 쫀득거린다 그녀의 손, 목소리가

패키지로 발에 밟힌다 한꺼번에 분말스프와 건더기 스프를

집어 넣고 기다려도 라면은 잘도 맛있다

유리창엔 파란 불꽃이 예쁘게 리본모양으로 흔들린다

어느새 3분이 여섯 번이 더 지나고

이제 겨우 헤어졌음이 실감 난다

너무 익어 국물맛이 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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