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누나>가 말야, 내가 쓴 무언가를 읽고서는 말야, 양귀자의 <모순>이 떠올랐다네.
스무 살 이전에 말야, 제 정신을 가지고, 자신이 알게 모르게 원해서, <모순>을 읽고
그 내용과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면 말야, 큰일 날지도 모른다구.
어떤 큰일?
나처럼 된다니까!
오늘 아침에 버스에 내릴 때 쯤 이미, 스무 번 쯤 생각했어, 몇 살까지 살고 죽을까 하고 말이야.
그런 짓을 10년 넘게 하면 이제 안할 때 쯤 되어야 정상일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렇지만
피곤, 귀찮, 괜히 쓴다고 그랬다.
아무튼, 오늘 아침에 편의점에서 아침으로 미니쉘 초코렛 하나를 사서 먹었어.
죽을 거 같을 때, 버스 사고나, 기타 아무 사고나, 들짐승이 달려들거나
칼에 찔리거나, 아무튼 어쨌든 ...
그럴 때 초코렛을 먹거든.
나는 초코렛만큼 불길한 먹거리를 본 적이 없어.
아마 지옥에 간다면 매끼 초코렛만 먹을 거라고 생각해.
그 모든 원인에 양귀자의 모순이 작용을 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어.
게다가 말이야, 보통의 중학생은 제 의지로 스스로 양귀자 모순을 찾아 읽지는 않는다고.
아버지 책들 중에 몰래 <인간의 굴레>라는 책을 꺼내 읽으면서
자위를 하고 그런다고 보통의 중학생은...
그렇다고 딱히 보통이 되라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행복해 질 수 있는 기회로부터 누나가 멀어져간다는 느낌이 들어서 서글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