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좀 있다가 써야지~

 

외로워서 크레파스가 먹고 싶네.

 

 

 

 

방해하는 사람만 없으면, 이제 써도 되겠다.

 

 

내가 작년에 두 번째 여자친구를 사귀었을 때, 이 여자에게는 가족만큼이나 절친한

고등학교적 친구들이 서넛 있었는데, 이 여자들이 만나서 하는 일이란 것이,

서로의 남자친구를 가운데 놓고, 이런 것 괜찮네, 그런 것 안좋네, 이런 것 고쳐야 하네.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여자친구에게 한 말이나 행동들이 그대로 이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나름의 재판을 받아서 판결까지 나오면, 그 결과대로 내 여자친구는 나를 벌주고 고치려고

압박을 해왔던 것이다.

 

당시 나는, 서로의 생각을 공유해서 합일점을 만들어내는 이 친구들이라는 단체가

아주 싫었다.

 

이들이 나를 가지고 뭐라뭐라 했듯이

이들 중 한 명의 여자에게 생긴 남자친구가 나와 동갑이었는데,

가장 활발히 탄핵이 이뤄졌던 것이 이 다른 여자의 남자친구였다.

 

그 이유인 즉, 전과 11범이었으니까.

 

처음에 여자는 나이트 클럽에서 이 남자를 만났다고 하는데,

너무나 매너 있고 잘해줘서 사귀게 되고 같이 잠을 잤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알고보니, 폭력 조직의 일원이었고, 주로 장부같은 걸 담당해서

겉보기에는 조직 폭력배로는 보이지 않았던 거다.

 

또 알고보니 이 남자에게는 동거하는 여자가 있었고,

이 남자는 그 여자의 방에 얹혀 살았던 것인데,

전 여자를 떠나서 새 여자와 만나게 된 이 조폭은 불쌍하게도 돈이 없어서

언제나 카섹스만을 했다고 한다.

 

당시 내 나이 만 26세. 나와 동갑인 전과 11범의 남자라.

 

얼마 못가 이들은 헤어졌는데, 생활이 어려운 이 남자가 결국

전 여자의 방으로 다시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들이 만나는 동안 이 여자는 그 닭대가리 5자매 무리에 가서

섹스하는 시간까지 떠들어대고, 아마도 내 여자친구 역시 이 무리에 가서

으리으리하고 우렁우렁한 것들을 모두 말하였던 것이리라.

 

묘한 면에서,

어딘가 찻집이나 술집에서 닭대가리 5자매에게 심판 당하는 동질성 때문인지,

나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이 동갑내기 전과범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다.

 

성기에는 구슬이 박혀있고, 섹스 시간은 평균 한 시간 반이라던데. 꿀꺽.

 

비가 오지 않을 줄로 알았는데, 비가 와서, 의외의 기쁨.

세상에는 비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는 신기함을 즐기다가,

문득 그 청년 생각이 났다.  

 

아, 나도 그렇게 여자친구 원룸에 얹혀 살아봤으면.

 

가끔씩, 나도 모르게 싸움이라도 벌일 것 같거나, 지하철 플랫폼에

새치기 하며 끼어드는 노인네들을 보며 확! 선로로 떠밀어버리고 싶어질 때,

외로운 대낮, 강간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 내가 과연 내 힘으로

남들의 돈을 뺏을 수 있을지 궁금할 때, 상상의 막판에 등장하는 것이 항상

감옥이다.

 

빨리 빨리 모든 이들이 선해지고, 그래서 아무도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그래야 감옥이 없어지고 그래야 내가 맘편히 범죄도 저질러보고 그럴텐데.

 

세상에 너무 범죄자가 많다보니, 법은 더욱 엄해지고, 별 징그러운 것들이 시내버스에서

성추행을 해대고 그러니까, 나도 그 무리로 한데 취급 당할까봐 나는 아직까지

성추행 한 번 못해봤지 않은가.

 

빨리 범죄 없는 세상이 와야, 내가 범죄를 저지를 수 있을텐데. 기다림의 시간이 길다.

니체가 말한 행복해지는 방법이,

"일을 할 것, 사랑을 할 것, 희망을 가질 것"이라고 화장실 변기 위에 붙어 있던데

정말 그가 그런 말을 했다면 무척 젊었을 때나, 늙어 죽기 직전이거나, 술에 취했을 때이겠지.

 

아무튼 그가 비록 전성기에 한 반짝이는 말들에 속하지는 않더라도

그가 말했듯이,

희망을 가져봐야겠다.

 

오늘도 비가 오잖아. 정말 희망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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