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전철에서 묘한 전단지가 문짝마다 붙어있는 걸 봤다.

호주제 폐지를 반대하는 청년들의 모임인 (기억할리가 있나)에서 붙인 것인데 몇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일단, 호주제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이 청년일 수가 있나.

내 상식은 협소해서 설마 호주제 폐지를 반대하는 '청년'이 존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머리가 아득해지면서 손에 들고 있던 모기향을 뿌러뜨려 먹고 싶었다.

 

 

그들이 호주제를 옹호하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 문항으로 써놨는데,

 

 

첫째가, "당신의 자녀가 마음대로 성을 바꿔도 괜찮겠습니까?" 이런 내용이었다.

이것만 봐도 벌써, 자녀를 가진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말인데

이게 이게 청년일 리가 있어?

아무튼 자신이 청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신분증 제시 해야 한다니까.

 

 

둘째가, "부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성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였는데

부모가 마음에 들게 하면 될 거 아닌가?

이 말은 부모가 자식의 비위를 맞추고 눈치를 보라는 말이 아니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면 될 거 아니냔 말야. 꿈에서도 그런 생각은 자녀가 해보지 않도록.

다시 말해서 자녀들이 부모를 진정 사랑한다면 뭐 걱정 할 게 있겠어?

 

그리고 만약, 이미 자녀가 부모를 싫어하고, 상당수가 청소년기에 그러하듯이

경멸이라도 하면, 그 상태에서 성만 같으면 ok인가? 마음이 다른데?

그거야 말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 어떻게든 현상유지만 해두고 한 숨돌리자는

그런 거, 배우기 싫어도 나이 들면서 배우게 되는 한국식 마인드인 셈이지.

그러니까 이 문항도 청년에게 하기에 좋지는 않아.

 

 

셋째가, "명절이면 모인 자녀들의 성이 제각각인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였는데

모이는 게 어디야.

성이 강제로 유지되는 지금은 설과 추석에 자연스레 친족들이 모이나?

광산 김씨 친족은 별로 안그렇던데.

또, 만약 강제가 아닌 자유 의지로 모인 자녀들이 있다면, 성이 다른들 무슨 상관이야?

성이 다르더라도 좋아서 모이면 되는 거지.

만약, 정말로 각기 다른 성의 친족들이 모이게 되면, 사실 이게 보다 유토피아에 가까운 거

아닐까 싶어. 김씨도 이씨도 박씨도 황씨도 오씨도 전부 친척관계가 될 수 있잖아.

 

 

아무튼, 오늘 하루 기분이 나빴고

청년 아닌 자들의 청년 사칭에 대해서 무서운 세상이라고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어.  

호주제는 폐지 정도가 아니라 그냥 망각 되어 버려야 돼.

 

 

전쟁, 강간, 호주제,

 

 

내가 생각하는 3대 죄악이지.

 

'som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코렛> - 양귀자 모순을 스무 살 이전에 읽으면 안되는 이유.  (0) 2005.07.15
전과 11범  (0) 2005.07.13
나이 계산법  (0) 2005.07.12
그래, 내가 당신의 언니다!  (0) 2005.07.11
규칙  (0) 2005.07.1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