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해서 라면을 먹었다.
쓸쓸한 날 라면 삶아 먹는 것, 혹은 계란 삶아 먹는 것, 그러면서 비 내리기를 기다리는 것,
좋아한다.
그러나 그것도 다 혼자 살 때 얘기.
쓸쓸한 날 절대 해서는 안되는 것 중 하나는
집에 일찍 들어가는 것이다.
내게
말이라도 시키면 어떡해.
쓸쓸하니까 초코칩 쿠키를 하나 사먹을 생각이다.
어떤 여자가
테이블 양편 의자 이쪽에 앉았다가 다시 저쪽에 앉았다가
다시 이쪽에 앉았다가 다시 저쪽에 앉았다가 하면서 책을 읽고 있다.
저 여자도 쓸쓸한 모양이다.
쓸쓸한 날에 해질녘 하늘은
면과 스프를 다 집어 넣었는데 마침 부탄까스가 다 되어 끓기도 전에 식어가는 라면 냄비 같은 색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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