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EBS SPACE 공연을 보고 왔어.
공연자는 <이 상 은>.
혼자 갔지.
방송 녹화가 이뤄지는 프로그램이었어.
공연 시작 3분전, 무대가 정확하게 1.2m 앞에 있었어.
물론 작은 무대에 낮은 무대였고
맨 앞에서 둘 째 줄에 앉기는 했지만 내 바로 앞에는 좌석이 두개 내가 앉은 줄에는 세 개
그래서 내 앞에는 의자가 없고(내 옆의 두 명의 앞에는 두 개의 자리가 있고)
실제로는 맨 앞에 앉은 셈이었지.
이런 경우, 공연에서 흔히 그러듯이(특히 소규모 공연에서 그러하듯이)
관객을 무대 위로 불러낼 가능성이 있어.
더구나 tv 프로그램 상 흥미를 위해 관객의 돌출을 기대할 수도 있지.
나는 내심, 만약 나를 지목해서 올라오라고 하면(정말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은 위치였거든)
올라갈 것인지
혹은, "혼자 오신 분 있어요?"라는 질문에 손을 번쩍 들어 나라고 할 것인지.
를 생각하고 결심했어.
나가기로.
기왕 나간 것 엉성한 문 워크로 다가간다거나, 돌발적인 포옹을 한다거나,
이상한 질문을 한다거나, 묘한 춤을 춘다거나, 노홍철 흉내를 내는, 그런 것들을 하기로 했어.
정말이지, TB가 옆에 있다면 무척 말렸을 거야.
뿐더러, 누군가 옆에 아는 사람이 있었다면 신경 쓰여서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았을 거야.
그들은 내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면, "얘가 왜 이래"라는 반응을 보이니까.
많은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얘가 왜이래", "약 먹었나", "원래 이런 애였던가"하는 반응을
나타내고는 해. 그럴 경우, 행동자는 주춤거리고 머뭊거리고 후회하게 되지.
"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야, 원래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고, 무엇을 하더라도 원래 하려던 것을 하는 것 뿐이야."라고 생각해, 나는.
내가 힘을 얻는 이유 중 하나는, 내가 혼자이기 때문이야.
혼자라는 건 즉, 방해하는 이가 없다는 것이니까.
타인, 모르는 이들의 비난은 상대적으로 견딜만 한 것이니까.
이곳 경쟁률 몇 대 1을 뚫고 방청권을 얻은 다수의 이상은 팬들과 나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 내가 이들을 보듯이 이들도 나를 보겠지.
'사람 누구' 일 뿐.
그들 중 누구도 내게 키스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들 모두의 신의를 잃거나
애정을 잃더라도 사실 아무 것도 잃은 것은 없게 되지.
그들은 그냥 껌이야.
둘 씩, 셋 씩, 넷 씩, 들러붙어 앉은.
창피함, 을 이겨내는 건 힘이 들어. 하지만 못할 것도 없어.
창피함, 을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할 건 다 할 수 있으니까.
<돌고래자리>는 이상은의 새 노래야. 12집 앨범이 새로 나온 것 같아.
그래, 그렇군.
막상, 공연이 시작하자, 오늘 공연은 녹화되지 않는대.
내일, 그러니까 오늘 저녁에 같은 공연을 한 번 더 하는데 그때 녹화를 한대.
그래서 더 편하게 부를 수 있겠다고 이상은이 말하더군.
그녀가 노래하는 동안, 내내, 그녀의 다리만 바라봤어.
그 누구라도, 그 사람의 다리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우리가 같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렇지 않고 그녀의 음악, 그녀의 재능만을
바라보다가는
우리는 같은 사람이 아닐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거든.
물론이야. 나는 그녀를 질투하고 있어.
'그(어떤) 누구라도 안아주지 않으면 부서져버리고 마는 것'이라고
그녀는 노래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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