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내 꿈이 무언지 알 수가 없다!"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끈 하나를 손에 쥐고서 룰루랄라 남들이야 어쩌건 혹은 뭐라건 그 끈 하나만을 믿고서
좋아라 좋아라 하면서 뜀뛰며 가다가 잠시 지쳐서 슬슬 걸으면서 가고 있었는데 바람이
불고 시원하네 해가 뜨면 뜨거워라 달이 뜨면 섹스 하고 싶네 하지만 참아야지 그러다가
토끼 한 마리 지나가면 귀여워라 얘기하고 싶은데 다가가면 도망가네 그러다가 보니
내가 쥔 끈이 가볍기는 했어도 가볍고 튼튼한 끈일 줄 알았는데 슬금슬금 녹아 투명해지다가
어느 순간 툭, 끊어졌든지 기화되었든지 아무튼 없어져 버려서 세상에 나 지금까지 이 끈
하나만 바라보고 왔는 걸.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정말.
대학을 들어갈 때만 하더라도 진짜 시인이 되고 싶었다.
입학 후 6~8 년 사이에는 카피라이터를 하면 잘 할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하면 잘 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과연
하루 네 시간만 자면서 나머지 시간을 모두 일에 묶여 살면서
그 일에 열정을 가지고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책 볼 시간도, 영화 볼 시간도, 데이트 할 시간도, 주말도, 여유도, 느긋함도, 여행도
다 멀리 할 정도로 빠져서 그 일을 할 수 있을까?
결론을 말하자면, 못찾았다, 그 정도로 내가 빠져 할 수 있는 일을.
그렇다고 남들처럼 그냥 돈을 벌려고 참고 하거나,
그래도 이정도면 할 만하지, 가 되고 싶지는 않다.
언제부턴가 "니 꿈이나 목표가 뭐냐?"는 말을 들으면 이렇게 대답한다.
"<야심만만>에 출연하는 거야."
그러면 상대방은 이런다.
"풉!"
그러고보니 정말로 <야심만만>에 나가고 싶다.
딱히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짐작할 만한 그러저러한 이유들과 또 미처 짐작 못한
이유도 있을 것 같다.
다들 <야심만만>이 재밌다고 한다.
나도 <야심만만>에 나가서 사람들을 재밌게 해주고 싶다.
이런 이유도 하나 있다.
어떻게 하면 나갈 수 있을까를 생각 중인데, 일단 연예인이 되는 방법이 있다.
가수는 어렵고, 연기라면 어떨까, 영화배우가 되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생각만 하고 있었다.
어제도 대학로를 돌아다니는 길에 그런 생각을 했고, 어느 감독을 쫒아다니면 좋을지도
생각해 보았다. 극장가에 볼 영화가 없으면 찾아가는 곳이 <광화문 씨네큐브> 혹은 <하이퍼텍 나다> 혹은 <아트 시네마>이다.
이런 극장들은 요즘 극장가가 무슨 영화를 상영하는 가와 상관없이 자체 기획 영화제를 열거나
자체 기획 심의한 영화들을 수입 상영한다.
<아들의 방>이나 <거북이도 난다>나 제목이 생각 안나는 데 무슨 터키영화나 이런 것들을 보러간다.
어제는 <목두기 비디오>를 봤다.
<목두기 비디오> 포스터를 가방 포켓에 넣다가 보니까, 그저께 강남역에 있는 <캐슬 프라하>에서 가져온 엽서가 눈에 띈다. 아하~ 이런 방법이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