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저씨가 되었다고 느낄 때는 거울 속 눈가에 주름이 짙어보일 때

 

스무 살 짜리 한테서 아저씨라는 말을 들었을 때

 

더이상 술집에서 신분증 확인을 요구하지 않을 때

 

그리고 적당히 음담패설 환자들을 견뎌내고 있을 때.

 

 

 

군대에서 제일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틈만 나면 그들이 음담패설을 늘어놓고는 했다는 것이다.

병사들은 물론 간부들도, 중사나 상사, 대위도.

음담패설이 남성세계에 빠질 수 없는 밑반찬이었다.

그걸 견디기가 무척 어려웠는데 이제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을 뿐더러

 

심지어 나도 모르게, 농을 거는 듯한 말을 할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빨리 살고 죽어야지 라든가, 더 심해지기 전에 사라져야지, 같은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 편, 한국의 음담패설 아저씨들의 말들을 들으면, 저속한 데다가 더욱이

새롭고  참신한 표현도 없고, 그저 음험한 표정과 갈증나는 목소리, 꿉꿉한 컴플렉스만 느껴져서

이왕에 음담할 것, 이렇게 밖에 못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어제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를 읽다가 이런 음담을 발견했다.

소설 속 인물 중 한 명인 라디오 드라마 작가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대사이다.

 

"네 과수원의 레몬들을 짜고 싶어"

 

음담이라면 이정 도는 돼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의 육체를 잘 익은 과일에 비유하는 경우는 많지만 '레몬과수원'이라니 놀라운 통찰이다.

더구나 라틴아메리카 여성들에 어찌나 잘 맞아 떨어지는지.

 

"너한테는 조그만 오렌지가 두 개 있고

나한테는 조그만 바나나가 하나 있어."

 

여자의 가슴을 오렌지에 비유하는 것은 한국에서도 흔한 일이고 남자의 성기를 바나나에 비유하는 것 또한, 세계 어디서나 흔한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시선의 발견이다.

이 표현에서 조그만 가슴은 경이로운 대상이다, 대부분의 음담에서는, 큰 젖가슴을 선호하고 작은 가슴을 비아냥거리는데, 이런 진부한 음담들과 비교할 때 음담에도 격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상대방의 성적 부위를 말함과 동시에 자신의 성적 부위를 동일한 이미지와 느낌으로(조그만 오렌지, 조그만 바나나) 표현하는 것은, 시적이기까지 하다.

 

이 음담에는, 직접적인 표현 없이, 하나가 되고 싶고, 한 무리가 되고 싶고, 섞이고 싶다는 느낌이 잘 나타날 뿐더러, 앞의 음담에서 나왔던 '과수원'과 연결할 경우, 너의 오렌지, 너의 레몬, 나의 바나나, 이것들은 풍요롭고 신선한 아침의 과수농장의 모습을 연출하기 까지 한다.

 

 

그래서,

 

나도 음담을 생각해봤다.

 

 

 

1. 네 호박같은 엉덩이에 꽃이 피면 난 그걸 빨아먹는 작은 벌레가 될 테야.

 

2. 네 오방한 엉덩이가 나를 오방하게 만들어. 네 엉덩이는 악마의 보톡스 열매야.

 

3. 네 조개국에는 눈물이 너무 많아. 찬밥처럼 그 속에 담기고 싶다.

 

4. 숨 쉬는 조개를 볼 수만 있다면, 그 순간 내 두 눈은 진주처럼 빛날 텐데.

 

5. 네 우유를 내 두 손으로 데워서 한 겨울 내내 핥아 마시고파.

 

6. 내가 도둑이라면 네 가랑이 사이를 털어내겠어. 세계 최고의 보석이 거기 있을 테니까.

 

7. 네 가슴 골짜기에서 사슴 발자국 소리가 들릴 것 같아.

 

8. 내 영혼이 젖었어. 네 젖가슴 사이에 널어 말려도 될까.

 

9. 전생에 너는 젖소였고 나는 음탕한 목동이었을 거야.

 

10. 이쪽 가슴은 월미도, 이쪽 가슴은 울릉도, 그리고 내게는 제트보트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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