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뒷모습이다. 낯설고 오랜만이다.
아마도 누군가 몰래 내 뒷모습을 찍어, 비슷한 체형의 사람들과 섞어서 보여준다면
나를 구분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 나는 어떤 뒷모습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
프랑스로 가는 것도 그렇고,
언젠가는 헤어질 TB(그녀에게 결혼하고픈 남자가 생기면 나는 떠나기로 했으므로)도 그렇고,
졸업이나, 전근, 여행, 도피, 싫증, 그런 것들을 겪다 보면, 피치 못하게 나는
누군가에게 내 뒷모습을 남겨놓고 떠나야 하게 된다.
그때 내 뒷모습이 선인장이나 가시나무처럼 따갑지 않고
태양처럼 따끔거리지도 않고, 빳빳해진 마른 멸치처럼 찌르지도 말았으면 좋겠다.
가볍게 튀겨낸 쌀뻥튀기처럼 부드럽고 가볍게
그렇게 떠날 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그런 뒷모습으로 떠나가고 싶다.
나를 키우고 유치원까지 바래다 주고, 소풍 때 손잡고 함께 가주던 외할머니는
반듯이 누워 돌아가셨다. 얼굴과 정면을 보이며 떠나가신 셈이다.
나는 헤어질 때 꼭 뒷모습으로 헤어지고 싶다.
아파 누워 죽어야 할 때가 되더라도 꼭, 엎드려서 죽고 싶다.
두 명의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하나같이 앞으로 떠났는지 뒤로 떠났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그들에게 앞으로 떠나간 건지 뒤로 떠나간 건지 이도 저도 아닌지도 모르겠다.
되도록이면 뒤로
뒤를 보면 꼭 그렇게 멀어지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는가
뒤로 헤어졌으면 좋겠다. 돌아가다 되돌아서서 물끄럼 바라보다 주저 앉는 건 반칙이다.
그러면 등 뒤로 총을 쏘고 싶어질 지도 모르는 거다.
동면에서 서면으로 노를 저어가는 조각배처럼 뒷모습은 뒷모습끼리 얘기하게 놔두는 게 좋겠다.
이곳은 충북 임실에 있는 사선대를 오르기 전에 건너야 하는 사선교이다.
친구는 이곳이 중국 무술을 배우기 위해 올라가는 코스와 닮았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