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내가 숫자를 1-10뿐이 알지 못했더라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었을까.
요목조목 이와 치를 따지다가 종래에는 그것이 그저 계산과 손익득실이 되는
숫자의 묘를 전혀 아름다움과 연관시키지 못하는 지금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되었을까.
하루 종일 1부터 10까지만 바라보는...
그러나 그런 나를, 주위에서는 가만히 내버려 두게 될까.
왜 그러냐는 정신 차리라는 부모의 야단스러움으로부터
또래 개구쟁이들의 야비한 놀림까지,
내 몸과 정신에는 1부터 10까지가 훨씬 넘는 상처가 남게 될까.
그래도 나는
싫은 일 딱 10가지와
좋은 일 딱 10가지 뿐이 세지 못할까.
0을 이해하고 있을까.
그나 혹은 지금의 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