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동네에서 주말이면 바깥에 내놓은 평상이나 마당에 앉아 부채질이나 하면서

하얀색 난닝구바람으로 밥 때를 기다리며 앉아 있다가 그러던 어는 날 동네 개들이

식전부터 동네 한 복판에서 SEX 하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저게 뭐하는 거지?

 

그때 동네 어른들은 물을 끼얹든지 빗자루로 때리던지 그나마 없으면 발로 걷어차든지

하면서 그 Sex 중인 개들을 떼어내고는 했다.

 

개들이 꼭 인간같지는 않겠지만 개들이라고 감정이 없지는 않을 테고, 개들의 입장에서도

Sex 를 하는 상대 개에게 분명 호감을 지니고 있을 것 같다. 싫어하거나 증오하면서 상대 개와

sex 하는 것 같지는 않다.

 

개들 만큼 솔직하게 감정 표현을 하는 동물도 드물다. 그들은 분명 비교적 명쾌하고 그만큼

순도 높은 감정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Sex 하는 도중에 물벼락을 맞거나 더러운

빗자루로 매를 맞으면 아주 기분이 나쁠 것 같다.

 

내 생각에는 개들에게도 motel 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 motel은 금연, 금주,

빗자루나 양동이 휴대 금지 시설이여야 할 것 같다. 더불어 인간 출입 금지나, 성년자 출입 금지, 같은 조항이 있어도 좋을 것 같다.

 

Sex를 하는 동안에는 그 장소가 어디든지 간에, 엄격하게 공간과 시간이 단절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순수하게 '우리'만이 있는 것 같은, 우주 속의 2인승 space ship 같은,

그런 느낌, 무산소, 무중력, 뼈와 이성으로부터의 탈출, 신이 된 것만 같은, 혹은 일종의

에테르가 된 것 같은, 흘러내리는 모레가 된 것 같은....

 

간혹, Sex 중인 공간에 따라, 함성호 시인의 시에 보면 여관비가 없어서 자장면을 한 그릇씩

먹고 여관 뒷골목에서 뒤치기를 한다,는 그런 슬픈 시도 있는데, 야외라든지, 노래방이나,

비디오방이나, 화장실이나 벽이 얇은 자취방 같은 곳에서 sex를 한다면 아무래도

대단히 주위에 신경이 많이 쓰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동네 한 복판에서 밥도 먹기 전, 아침 해가 식기도 전에, 헥헥 거리며 Sex를

하는 개들은, 행위 자체에 몰입을 하고 완성을 해나가는 세련된 의식체계를 가진 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Sex를 하려면 개처럼...

 

 

 

 

 

 

 

 

 

 

 

ps. 

 

블로그 검색 창에 Sex를 넣었더니, 역시나 대부분 영상미 넘치는 자료가 검색되었다.

그들 사이에, 사진 한 장 없는 이 글을 넣어두려니 어쩐지 민폐가 되는 것 같아서 태그에서

'sex' 를 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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