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아이스베리>에 앉아서 혼자 과일빙수를 먹고 있었다.
좌, 우, 정면 테이블에 몇 팀이 바뀌도록 가만히 앉아 있었다.
왼쪽 테이블에 새로온 팀들의 소란스러움,
을 댐에서 물을 방류하는 소리를 듣듯, 듣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도 모르게 그 팀 중 누군가에게
"죽으면 뭐할꺼야?" 라고 묻고 말았다.
다행인지, 입을 너무 오래 붙이고 있어서 말은 뱉었는데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나는 깜짝 놀랐는데,
그 사람에게 왜 이런 말을 했을까, 더군다나
죽음, 같은 생각이나 그런 것 없이 그냥 멍-하니
댐에 물 쏟아지는 소리 속에 있었을 뿐인데.
지금 와서 생각하니 혹시 어쩌면
내가 그렇게 물은 그 사람이 얼마 뒤면 죽을 사람이었을까?
그래서 죽으면 뭐를 할 거냐고 물어본 것일까?
요즘 코스모스 졸업 시즌이다.
나도 졸업한지 반년이 지났구나.
졸업하면 뭐 할거야? 라고 묻는 것이
죽으면 뭐 할거야? 라고 들릴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97년을 사랑하는데, 기억 속에 있는 해마다의 컬러(대부분은 회색) 중에서
97년의 회색이 가장 매끄럽고 질이 좋은 것 같다.
그 해는 내가 대학생, 즉 학생이 된 기념할 만한 해였고,
그 이전에는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신분이었던 것 같다.
죽어서도 뭘 해야 돼나? 라고 생각하면
어쩐지 죽음도, 별 게 아닌 듯 여겨진다.
죽어서도 ( )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