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편리해졌다지만, 불편한 점도 많아졌다.
요즘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이름, 별명, 닉네임, ID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
내 블로그의 간판이 Dead Lion인데, 이전의 닉네임 중에 dead lion이 있었다.
그러므로 사실, 죽은 사자를 그린다는 뜻의 dead lion은 이전의 아이디가 이미 dead lion이었으므로 Dead dead lion(<죽은 '죽은사자'>)이 되어야 맞다.
사실 한 번도 죽지 않은 live lion이었던 적은 없는데, 애초에 시작부터 dead lion으로
태어났다는 점에 묘한 안도감을 느낀다. 그것은 이른 바, 한 번은 죽었으니까, 혹은 이미 죽었으니까, 또 죽어도 된다, 그런 감정의 안도감인 것 같다.
그리 많지는 않지만 잠깐씩 사용했던 내 닉네임들을 소개한다.
<꽃순이> - 가장 오랫동안 썼던 닉네임인데, "꽃처럼 순한 아이"의 준말이다.
나름대로 고심해서 지은 이름인데, 어느날 모 라디오 방송국에서 청취자들을
꽃돌이, 꽃순이라고 불러서 그 후로 쓰지 않는다.
<죽은물고기> - 물고기의 좋은 점은 죽어서도 헤엄치듯 둥둥 떠다닌 다는 것이다. 그때는 늘
둥둥 떠다니는 걸 좋아했다.
아마, 가장 "네이밍"에 가까운 짓을 한 것 같다. 가장 쓸 일이 없는 닉네임
이었는데, 이유는 <파란> 블로그에 닉네임으로, 등록만 해놓고 전혀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억은 잘 된다고 한다. 한국말로 하자면
<이봐, 소년, 도대체 왜...> 정도의 느낌이기를 바란 건데...
아, 요즘 사람들은 이런 짓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내가 호주제 폐지를 강력히 희망한다는 점을, 내 가족과 친족, 그리고 나머지의 이들이 알아주길 바라며, 그리 받아들여주거나 이해해주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이건 일종의 딜레마인데,
만약, 내가 아는 친족사회가 그토록 쉽게 구성원의 일탈, 성이나 이름의 바꿈을 용인하는
가용적 사회였다면 아마도 나는 호주제 폐지를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성을 바꾸겠다고 했을 때, 혹은 호주제는 나쁜 것이다, 라고 했을 때
이들이 길길이 날뛰는 즉각적이고, 훈련된, 예측되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나로서는 내 생각에 의심을 갖게 될 것이다.
나는 한 때는 어머니의 성을 쓰거나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을 함께 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그도 성에 차지 않아서, 새로 성을 만들고 싶다.
<큐>라는 성은 어떨까.
어려서부터 아버지는 내게 끊임없이 누구의 몇 대 손, 무슨 파, 이런 것을 외우도록
강요했는데, 나는 그런 식으로, 예를 들면 조상 중에 왕이 있고, 그 왕의 몇 대 손, 이라는
식으로 내가 포지셔닝 되는 것을 참기 힘들었다.
궁극적으로는 내 조카들과 형제들을 모두 잘 설득해서
일명 '우리집안'을 멸종시키는 것이 소망이다.
현재까지는 겨우, 동생 한 명만 설득했을 뿐으로, 우리는 아이를 갖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미 태어난 아이들, 고아들을 돕는 것에는 매우 긍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