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띠노!

 

 

잘 지내고 있지?

어떤 때는 아저씨라고 불렀다가 어떤 때는 동생이라고 부르니 나 또한

어떤 때는 아줌마라고 불렀다가 어떤 때는 누나라고 불러야하니

힘들잖아!(버럭버럭)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가 언제인지를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가 있어.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는 걸.(웃어)

 

나는 침과 땀이 눈물일 거야.

그러니까 침 삼키다가 체한 것 또한 너그럽게 눈물을 삼키다 체한 것으로 받아 들여준다면,

그래도 체한 적은 없군. 침을 삼키다가도, 눈물을 삼키다가도 체한 적이 없어.

대체, 체한다는 게 뭐야?(우쭐우쭐)

 

아, 나는 건강해. 청소년기 때보다도 훨씬 건강해졌지. 머리도 그렇고

심장이나 폐, 지구력, 근력, 심지어 순발력도 말이야.(시력과 정력은 제외) 

청소년기의 나는 송충이 같은 인간이었으니까.(파하하)

 

하나띠노, 당신, 누나이자 아줌마인 당신은, 곧 나를 데릴러 오겠다고 말하고서는

돈 벌러 서울로 떠난 시골누나처럼 말하고서는

바로 그 시골누나처럼 소식이 없군.(글썽글썽)

 

내일, 투머로우 팩토리에서 만든 신선하고 무당분의 값싼 내일이 배달되면

그 내일을 풀러서 다 써버리자 마자, 내(my) 일(job)은 끝나.

내가 이곳에서 일하는 마지막 날이야.(결국 오고 말았지, 이때가)

 

그러니까, 아마도, 당신이 스프링 달린 상자 속 인형처럼,

그러니까 영화 배급사 <쇼박스>의 캐릭터처럼 불쑥 뛰어 나와서

이리 저리 뛰어다니며 나를 놀라게 할 수는 없을 거야.(짝짝짝)

 

말해 봐.

뭐가 뭐가 뭐가 뭐가 이래, 라고.

이러 이러 이러 이러 이래, 라고.(컴온)

 

사람들은, 억지로 붙들려 매인 관계들, 가족, 동료, 그런 관계를 제외하고는 다들,

돈벌러 서울로 떠난 시골누나처럼 사라지더군.

나는 그럼 돈벌러 프랑스로 가는 셈으로 하자.(편지할게)

 

편지 할게, 라고 말하고 편지 하지 않는

돈벌러 서울로 떠난 시골누나처럼 사라진다고는 생각하지 마.

당신이 나를 떠나던 순간을 떠올려 보면, 지금도 나는 금방이라도,

당신과 만난 적도 없고 떠난 적도 없다는 걸 알게 되는군.(웃어)

 

어제 누군가를 만났는데, 이 사람 앞에서 또 나도 모르게

그리고 지나고 나면, 그때 내가 사실은 알고 있었구나, 싶게

포즈를 잡고 말았어.(누군가가 '싱클레어'라는 사실을 적에게 알려선 안돼)

 

나는 포즈를 잡고 있다는 걸 알면서 말을 했는데

포즈를 지우기 위한 노력 같은 건 하지 않았어. 피곤했나 봐.

그래서 이, 찜질방에서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샀다는, 그 사람의 담배를 세 대나

뺏어 피웠지(피곤해도 담배, 술, 떠들 힘은 남는 법인가)

 

나는 스무 살 무렵, 단 한 번도, 심지어 나 자신에게도

내가 힘든 사연을 설명하거나 얘기한 적이 없어.

그건 심리적으로 힘든 것을 말로서 정확하게 표현하거나 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당시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야.(훗)

 

그리고 설명 자체를 현실감 넘치게 한 적이 없지.

현실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야. 그런 거 있잖아. 관념론적이 생각.

내가 의자로부터 뒤돌아 섰을 때, 내 뒤에 의자가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는 없다.

내 뒤에 의자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내가 뒤돌아 서면 사라졌다가, 내가 바라볼 때마다 나타나는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어쨌거나 인간의 감각으로 확인 할 수 없기 때문에.(훗훗) 

 

마찬가지로, 내가 만나서 얘기하는 저 상대방이 인간이라는 것,

심지어 내가 인간이라는 것도 증명할 수는 없다.

'나는 인간이다'라고 프로그램된 인조인간일 경우, 그것을 스스로 알아채기란 불가능하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지.(훗훗훗)

 

      "나는 여자랑 키스가 하고 싶은데 키스는 커녕 말 한 마디 못하니 괴롭다."

라는 상황일 경우

     "나는 여자가 뭔지 모르겠고, 그런 느낌들을 말로 설명 하지 못하겠고, 무언가 다르다는 것,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 괴롭고, 그러면서도 왜 이것에 괴로워해야 하는 지 알수 없으며, 내가 여기 있다는 것과 바라보는 것, 신호들, 신호들 사이에 뉴런같은 욕망들에 방치되었다는 건 또 한편 ..."

라는 식으로 설명하고는 했지. 나 자신에게조차.(도리도리)

 

그러나 돌이켜 보면, 아무리 애써서 설명하나, 조금 덜 애써서 설명하나, 듣는 사람에게는

별로 다르지 않다는 걸 알 수가 있지. 어차피 설명이 불가능하니까.

심지어는 내가 나한테 설명할 경우에도, 어차피 상관 없는 때가 있지.(깜빡깜빡)

 

하나띠노, 요는, 말이지.

지나치게 진지하거나 지나치게 정밀하게 지나치게 성의있기 설명하려고 하지 말고

돼지 껍데기를 찝게로 뒤집듯이 얘기해보라는 거야.

"이거 너무 익었네"하는 식으로 말이지.(오빠이자 동생인 영혼에게, 내게 아저씨의 영혼은 없다)

 

스무 살은 도발적이어야 하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어.

그래서 당신이 어느 날이었던가, 비가 몹시 내리던 날, 가죽 자켓의 지퍼를 올리며

우리집 창문을 부수고 들어와서 내 턱을 발끝으로 까딱 세워 올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한 적이 없다는 걸 알아.(웃어)

 

하지만 적어도 "드라이브 다녀올게"라고 성의없이 껌종이에 똥묻은 볼펜으로 끄적인 것을

내 블로그에 침발라 붙여놓고 떠났던 날, 그것이 사실이고 아니고에 상관없이,

나는 질투와 흥분을 느꼈지.(자동이발기가 스르르 일어나서 내 머리를 자르는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이제는 "눈물에 체한 적 있어?"라는 식의,

정작 하나띠노가 말하려는 것을 기호로 만들었을 경우 다음과 같을 때,

 

 

{(                       A                        )(B)}   - 하나가 말하려는 것 

 

{(B)= "눈물에 체한 적 있어?"}                        - 하나가 말한 것 

 

{(                       A                        )=(melt는 모르고 하나띠노는 아는 것)}

                                                             - 하나가 말하지 않은 것

 

 

라는 명제조건에 있어서

정작 (                        A                      )는 감춰진 것이고

다만 (B)를 물어올 경우, 나는 2000% 심장이 마른다,고 할 수 있겠지.(꿀꺽)

 

이번 주, 토요일이 되면 xyz를 만나러 csc로 가야해.

그리고 토요일 밤에 전주로 갈 거야.

아마도 일요일에는 지리산을 오르고 있지 않을까, 싶고.

일주일 정도는 전주에 머물 계획인 것 같아.(으쓱으쓱)

 

"전주로 놀러오거나 혹은 놀러오지 마."라고 명령을 할게.

결국 당신은 내 명령을 벗어날 수 없군.(파하하)

 

내 편지를 받고 답장을 안보내도 되는 건, TB만으로 충분해.

컴온!

 

 

 

 

 

 

안경은 벗고 모자는 쓴 melt 가.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운 2005년 어떤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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