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다가온다
가 을이 다가온다는 것은 대충 그냥 알 수가 있는 것인데
올해 뻔질나게 들여다 보았던 기상청 일기예보 사이트
그리고 뻔질나게 배신당하던 날씨예보의 유쾌함
뻔질나게 기다리던 TB의 연락
결국 포기하던 날의 속쓰림과 오버하던 내 웃음소리
그런 것들을 뒤로 하고 가 을이 다가온다
어제는 결국 오후 6시까지 그대로 자버렸다
그러니까 새벽 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중간에 한 시간 밥 먹고 블로그에 글 쓰고를 제외한다면
16시간을 잔 셈이다. 그리고 자정이 되서 또 잠을 잤다
만약 이대로 하루 16시간씩 잠을 자고 하루 6시간 씩만 생활한다면
물고기의 기분을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감정도 물고기 심장만큼 작아질 것 같다
정신을 좀 차려보려고 여기저기 블로그들을 둘러보니
다들 술 마시고, 울음을 참고, 부정하고, 회피하고, 낑낑거리고들 있다
쯧 쯧 쯧
그래서 가을이 거의 왔다는 걸 알았다
8월 어느 아침 콘푸라이트에 우유를 부어 먹으며 이제 겨우
가을을 생각해 보는 중인데 오늘 아침 들렸던 데스비나르 비데의 상쾌한 블로그에는
이미 가을을 지나 겨울까지 중얼거리고 있었다
"겨울 겨울 겨울 되뇌다 보면 어쩐지 없는 것을 말하고 있는 듯 하다"고
가을 쯤 되면, 가, 하고 몇 몇 떠밀어보기도 하고 그래야 할 것 같다
너도 가고, 너도 가고, 당신도 가고, 당신도 가버려!
펩시 뚜껑에 찍힌 이벤트 번호를 입력하면서도 당연히 뭔가 될리 없다는 걸 아는 것처럼
올 가을에 직접적으로 보다 가을적인 사람이 된다거나 가을로부터 가을을 받는다거나
가난함을 훌쩍 넘어선다거나 가토, 나 부토, 라고 이름을 바꿀 수도 없을 것이다
친구의 여자친구가 나를 보고 빙긋 웃고 있다
아, 물론 사진이다
이들이 부부가 된다면 나는 이들 부부의 고등학교 시절 모습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이 된다
이들이 아이를 낳는다면 나는 이들 아이에게 이들 부부의 고등학교 시절을 말해줄 수 있는
드문 아저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여전히 올 한 해 한국에 있을 것이었다면 빨리 가을이 오기를 바랬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좀 천천히 왔으면 좋겠다
내가 좀 떠나고 나서 천천히 왔으면 좋겠다
어제 그토록 잠을 많이 잔 것은 평소보다도 더 많이 꿈을 꾸고 싶었기 때문인데
꿈 꾼 기억이 남지 않았다
우스운 일이다 가을의 차분한 눈매가 그립지만서도 아직은 아직은, 그런다
하루종일 방안에만 있는다면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참을 수 있다
그런데 세탁소에 가서 친구의 바지를 찾아다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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