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빌리 홀리데이의 노래를 듣는다.
창녀였다고 한다. 13살 때부터. 그녀는.
창녀의 노래, 라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좋아졌다.
김훈의 <칼의 노래>나 <현의 노래>와는 다르게
마치, 토니모리슨 적이지 않은가.
내가 살면서 언제
창녀의 노래를 들어본 적이 있으며, 앞으로 또 언제, 들을 일이 있을 건가,
생각하면 구슬프다.
점차, 창녀도 사라지는 추세고, 그러다보면
내가 사랑할 기회도 줄어들 것이 아닌가.
대학 다닐 적에, 학교신문에
"창녀와 사랑하고 싶다"고 써서
후배들에게 놀림을 당했다.
후배들은 언제나 나를 놀린다.
그리고 나는 후배들이 놀려서 좋다.
창녀들의 업소를 한 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그것은
기나긴 시간 동안의 불행이며, 반면에
아직도 남아있는 뜯지 않은 선물상자처럼, 나중에
꺼내 쓸 수 있는 선물이기도 하다.
최초에, 토니모리슨을 만났을 때나
최초에, 홀든 콜필드를 만났을 때나
최초에, 이상은 6집을 만났을 때나
최초에, 야상곡을 만났을 때나
최초에, 코코아를 마셔보았을 때나
최초에, 슬램덩크를 만났을 때나
최초에, 키스를 했을 때나
최초에, 섹스를 했을 때와 같은
그런 '최초의 감각'으로서 남아 있는 선물이다.
근래는 그런 최초의 만남이 드물다.
이를테면, 살만큼 산 걸까.
창녀의 노래는 이를테면 선물 속, 또 다른 선물처럼
먼저 창녀의 업소를 찾아가는 선물을 받고
둘째로, 노래를 불러 달라고 해야겠다.
친해지고 나면 불러주겠지.
노래방은 싫고, 강가에서 불러달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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