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성을 일별하다
고재종
별 볼일 없는 일들 때문에
별 한번 보지 못하고 살다가
추석날 고향집 툇마루에 앉아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자리 사이
북극성, 당신을 일별합니다.
늘 저의 일에 관심을 두시고
언제든지 맞아들일 채비를 마친 채
저를 내려다보시는 당신의
恒心(항심) 아래서 저는 떠돌이였습니다.
아주 어릴 적, 제가 사랑하는 소녀와
늦도록 강둑에 앉아 애너벨 리를 읽고
아예 씨르래기 울음을 연주 삼아
당신을 애너벨 리로 명명했지요.
그 호명 이후 늘 당신은
제가 부자될만하면 가난케 하고
제가 날 것 같으면 어깨를 치시고
제가 연애할 양이면 눈멀게 하셔서
쌀싸라기 같은 그때 그 순결을
호젓이 돌아보게 했지요.
제가 헌 상자며 넝마 등을 가득 싣고
좌우로 낑낑대며 비탈길을 오르는
굽은 등허리의 리어커꾼 노인처럼
생을 낑낑대며 끌어대다 돌아와
이제 이렇게 당신께 고백합니다.
애초에 당신을 함께 호명했던 소녀마저
이젠 남의 여자가 된 지 오래라고.
* 내가 나의 어머니로부터 실망을 느끼던 때는, 절에 불공 드리러 갔을 때, 부처님께 하나같이
가족의 안녕과 부귀와 성공, 그런 것들을 부탁하던 것을 보았을 때이다. 절이란, 그런 기도를 하러 가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다. 어머니는 후에 교회를 열심히 다니시면서 자신의 병이 낫도록 기도하고 또 기도하셨고, 기도로서 병을 치료한 기적의 사례에 감동하셨다.
내가 보다 어렸을 적에, 아버지 및 친가 식구들로부터 실망을 느끼던 때는, 추석이며 설날 차례를 지낸 뒤에, 성묘를 할 적마다, 늘, 조상님들께, 가족의 안녕과 부귀와 성공, 그런 것들을 부탁하던 것을 보았을 때이다. 그리고 나더러도 그렇게 부탁하면, 조상님들이 들어주신다고 말하던 때이다.
이 시에서, '북극성'은
'부자될만하면 가난케 하고'
'날 것 같으면 어깨를 치'신다.
이런게 좋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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