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이라 쓰고 '인간'이라 읽는다

 

- 불량공주 <모모코> 중.

 

 

 

<씬 시티>와 견주어지는 올해 최고의 영화 중 하나.

[Melt time지] 선정 별 네 개 짜리 영화.

<귀여워>와 같은 스타일이되, 좀 더 자유로운 영화.

 

 

나는 아직까지도 감동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모른다.

그러나 가끔, 책이나 영화를 통해서 감동을 느끼기 때문에

혹시 책이나 영화에서 감동이 나오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실, 삶의 순간순간이 감동으로 가득차 있거나

삶을 이루는 요소요소가 감동을 내뿜는다면 좋겠지만

'감동'이라고 쓰고 '지겨움'이라고 읽는 것처럼

일상이 제공하는 감동이란 것은 너무 곧이 곧대로 여서

 

예상치 못한 불행이 주는 충격만큼의 전달력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

예상치 못한 충격만큼의 감동을 받기 위해서는 그것이

정밀하게 구성된 영화나 문학작품과 마찬가지로

완결성, 내지 완성도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개연성 없이 어느 날 문득, 누군가의 고백을 받고

어느 날 문득, 돈을 많이 벌게되는 것은 기분은 좋을 망정

감동에 휩싸이기는 어렵다.

 

좋은 영화는, 단 하나의 감동 포인트를 위해서 영화 전체가 구성되고 단단히

조직되고, 제 역할을 하며 그 순간에 이바지 한다.

모든 배우와 스텝들 또한 그 하나의 포인트를 위해 숨을 죽인다.

 

내 삶이, 영화와 다르게 무진장 길고 지루하다고 해서

감동 포인트가 수 십 개나 될 거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어느 분야든지, 시간 예술이건, 공간 예술이건, 또 문화적 어느 분야든지,

심지어 삶이라 해도

 

감동 포인트는 절정의 한 포인트 한 순간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그 순간이 되기까지 흐트러짐 없이 냉정하고 유연하고

소명감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조율해야 한다.

 

혹은 3부작으로 나누어서

세 편의 완성을 계획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청소년기의 삶, 성년기의 삶, 노년기의 삶, 정도가 될 수 있을 것이고

각자 독립적인 감동 포인트를 지니되,

세 편의 완성이 또한 서로 안정감 있고 치밀하게 조율되어야 한다.

 

특히, 살아가는 동안 벌려놓은 모든 것들이

기억으로든, 실제로든, 쳐밀려 오는 노년기에 있어서는,

자칫, 엉성하고 성급한 마무리가 되거나, 다분히 억지스러운 편집이 될 수 있으므로

청소년기와 성년기의 완성을 이뤄가는 도중에는 항상

최후의 그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내 개인적으로는

노년기의 감동 포인트는 임종의 순간이 될 수있을 것 같은데

사랑하는 누군가의 죽음, 같이 안일한 구성은 파멸을 불러올 뿐이다.

 

<편지>나 박신양 전도연 주연의 <약속>처럼 구역질 나는 신파조의 구성

강요하는 감동이 될 경우, 모모코의 침을 백 번은 얼굴에 맡고, 이치코의 박치기를 삼 백 번은

당해서 정신을 차려야 한다.

 

죽어서도 눈 못감는다는 건 이런 걸 말하는 것일테다.

 

이를테면, <빅 피쉬>와 같은 임종이 비교적 괜찮은 한 예가 될 것이다.

혹은 JD 샐린저의 단편, <테드>와 같은 죽음.

하다못해 <터미네이터 2>에서의 터미네이터 같은 죽음.

<그랑 부르>와 같은 죽음.

<리빙 라스베가스>나 <아이다호> 같은 죽음.

<시네마 파라다이스> 같은 죽음.

<일 포스티노>와 같은 죽음.

 

모범이 되는 죽음은 많이 있다.

그것은 그 죽음이 납득이 되는 반면, 거부하고 싶고, 인정할 수밖에 없으며, 웃음 짓게 되고,

그러다가 울게 되는 죽음이다.

 

모모코를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돈이 없기는 하지만, 진짜로 다시 한 번 볼까.

이번에는 극장을 바꿔서.

 

언제나 그렇듯이, 서울극장은 참 저질이다.

<모모코>를 상영하지 않는 다른 극장 만큼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시네코아를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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