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인가
나는 오래오래 썩어서
누구하고도 얘기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 한때는 창피했지만
어떤 때는 너무 기뻐서
입술이 꺼매지도록 말이 많았다
옛 성인들 하나같이 말을 아끼라, 멈추라 하였는데
말 못하는 놈들은 인기가 없어
연애도 못하고 취직도 못합니다
농담 한 마디 배우기 위해
새벽까지 코미디 프로를 보는 밤
어머니도, 다른 누구라도
농담 쯤은 남기고 죽어야 칭송을 받는데
억수로 비가 내리는 밤
농담을 연습 하다 지쳐
이름없는 개그맨의 전화번호부처럼 웅크리고 앉아
이불 속 사표처럼 누워
전동(電動)파리가 되는 꿈을 꾸었다
나를 본뜬 저금통들이 골목마다 쌓여
땡그랑 땡그랑 고요한 앵 앵
돈 소린가 파리 소린가 박수 소리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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