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이면

 

 

 

교복 입은 여자 둘이 산 밑을 지나간다

낡은 다리를 지나 강을 건너 집으로 간다

냉장고에서 꺼내놓은 달걀처럼 해는 시원하다

30만원만 있으면 저런 애들과 잘 수 있다

고 인터넷 신사가 말해주었다

그것 참 멋진 일이다 30만원만 있었으면

중력이 있는 듯 없는 듯 웃고 있는 여고생들

포근하고 씨.원. 할 것 같아서

그래, 내 30만원 마련해 보리라

하고 몇 주일간 일하고 나면

스피드 스케이트처럼 몰아치는 핸드폰 연체료며

패러글라이딩처럼 착륙하는 대출 받은 학자금 독촉 전화에

네네, 벌써 겨울이야, 찡찡대는 찝게벌레처럼 설설 기다가

옥상 위에 이불이나 털어 말리며

산 뚫고 구름물 건너 강가에 풀어지는

교복 입은 여자아이들과 손을 떠난 돈 30만원에

아쉬워하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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