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뱉는 하루
하늘 높이 걸린 크레인들
소양강가에 꿈틀꿈틀 하고 있어서
게으르고 나태한
그리고 쭈글쭈글한 하늘나라 선녀님들 목욕물
쿨럭쿨럭 퍼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내 것도 아닌
강물 한 바가지가 아까워서
강둑에 엎드린 나는 퉤- 하고 침을 뱉는다
알고보니 서민들 아파트 쌓는 중
멸치처럼 내 마른 침
어느 집 거실벽에 섞여
우리집엔 남자도 없다고 망치질 하던 셋째 딸 손을 찧어
울고, 원망할 그 집 거실 벽에서
그날과 오늘을 바라보리라
아, 그 집 셋째 딸은 또 몇 번이나 마음을 찧고 빻아
거실 벽이 후들후들 하겠지만
나사처럼 꼬인 내 침이
어린 여자의 매끄러움이 부러운 내 침이
마른 시멘트 붙잡고 결코 부서지지 않으리라
나는 왠지 이것이
떠나간 여인에게 택시비라도 쥐어준 듯이 뿌듯하여
혀가 뽑힌 듯 휑하니 해가 사라지고
크레인 기사들 모두 퇴근하도록 다리 밑에서
침을 뱉고 또 뱉는다
안녕, 안녕, 영원히 만나지 못할 내 딸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