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뱉는 하루

 

 

 

하늘 높이 걸린 크레인들

소양강가에 꿈틀꿈틀 하고 있어서

게으르고 나태한

그리고 쭈글쭈글한 하늘나라 선녀님들 목욕물

쿨럭쿨럭 퍼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내 것도 아닌

강물 한 바가지가 아까워서

강둑에 엎드린 나는 퉤- 하고 침을 뱉는다

알고보니 서민들 아파트 쌓는 중

멸치처럼 내 마른 침

어느 집 거실벽에 섞여

우리집엔 남자도 없다고 망치질 하던 셋째 딸 손을 찧어

울고, 원망할 그 집 거실 벽에서

그날과 오늘을 바라보리라

아, 그 집 셋째 딸은 또 몇 번이나 마음을 찧고 빻아

거실 벽이 후들후들 하겠지만

나사처럼 꼬인 내 침이

어린 여자의 매끄러움이 부러운 내 침이

마른 시멘트 붙잡고 결코 부서지지 않으리라

 

나는 왠지 이것이

떠나간 여인에게 택시비라도 쥐어준 듯이 뿌듯하여

혀가 뽑힌 듯 휑하니 해가 사라지고

크레인 기사들 모두 퇴근하도록 다리 밑에서

침을 뱉고 또 뱉는다

안녕, 안녕, 영원히 만나지 못할 내 딸들아

 

 

'pl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30만원이면  (0) 2005.10.25
농담인가  (0) 2005.10.25
그런 줄 알았는데  (0) 2005.10.25
맘속 종이처럼 쌓인 가을  (0) 2005.09.02
기억의 별에서  (0) 2005.09.0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