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의 밤

 

 

 

 

어느 하룻밤 동안은 모든 인간이 반말을 썼으면 좋겠다

아,

 

가을날에

 

그대의 낮에는 품위 있는 존댓말이 자라나고

그대의 오전과 풀을 뜯는 저녁에도 존댓말을 베어 눕히고

사랑하고 쓰다듬고 서로에게 풀을 먹이고 싹싹 문질러

걸어 놓은 달님에 시도 담고

 

그래도 어느날

흐려진 달을 떼어 뒷편에 건전지를 갈아끼우는

먼지 삼키는 그 하룻밤 동안은

모든 인간이 반말을 썼으면 좋겠다

 

가을날이

 

많이 슬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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