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말의 밤 2
오늘 유독 예전 고향 면목 2동 동부시장에서 '되'며 '말'로 곡식 팔던 생각이 난다.
냄새까지도.
그렇지, 어머니를 따라서 순대나 호떡이라도 얻어먹으려고, 끙끙거리며 호박이나 배추, 파, 무가 든 비닐 주머니를 양손에 들고 돌아올 것을 알면서도 따라나서고는 했던 시장길.
쌀 보다 라면을 좋아했고, 옛 집 뒤주 속에 쌀벌레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서 퉤퉤거렸던 나인데,
유독, 나무로 틀을 짜서 곡식을 담아주던 그 '되'는 무척 마음에 들어서
그것 하나 얻어서 내가 가진 과자며 장난감 같은 것들을 퍼담아서
"한 되요!" "두 되요!" 외치며 놀고 싶었지.
오늘 유독 그 시장 골목에서 달이 동그랗게 호떡처럼 부쳐지던 날에
수북이 담겨지던 알밤들이 생각난다.
"밤은 알이 커서 한 되를 가득 담아도 그 수가 얼마 되지 않으니 아예 한 말을 주시오!"
라고 말하는 상상을 해본다.
이 마음에 이 기분에 취해 잠든 귀뚜라미 떨듯, 가만히 떨리고는 있지만
그래도 한 말 가득으로 치면, 기분이란 것은 반 말 뿐이 못되어
아, 오늘은 반 말 정도 기분이 뿌듯하고 반 말 정도 정신이 묵직한 반 말의 밤이로군.
반 말의 사랑이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