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아 피자 배달 좀 시켜라
1
가옥 창밖에 앵두 꽃 떨어진다
춘향은 꿈 속에서 서방 품으로 가지만
나는 나는 뉴욕으로 가고싶다
정절 위해 목숨 버릴
춘향과 애절한 조선의 여인네들
상류 여인네들의 올곧은 정신
피해, 나는 도망 가자
살아 살아 뉴욕으로 가고 싶다
도무지 얼굴 알지 못하는
밤마다 꿈 속 찾아오는 칼 쓴 여인이여
2
꿈 꾸다가
깨지 말자고 다짐하다가
중년 같은 뜨끈한 해가 흔들어 깨우면
지끈지끈 척추가 아파
춘향아 내 사랑하는 애인아
피자 배달 좀 시켜라 배가 고프다
그래 내년에는
꼭 함께 뉴욕으로 가자
아직도 밤이면 신경 안정제 없이 잠을 못드는
채찍 자국에 수영복을 안 입는
스트레스로 비만에 당뇨가 생겨버린
후유증으로 절뚝이는 춘향아
뉴욕 머시기 어쩌구 종합 병원에 가서
정밀 검진 다시 받자
사실은 내가 하루 늦어
기절한 채 겁탈 당하던
하체가 빨갛던 춘향아 일어나자
저 마당쇠 놈이 눈치 보며
이집 저집 건너 동네까지 빗자루로 쓸고 있다
이것 저것 쓰레기 다 버리고
흑흑거리지 좀 말고
오늘 하루 피자나 먹고 영화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