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은 천천히 가난을 앞지른다’
이 글을 보았을 때 잠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대체 무슨 뜻일까.
한편, 나는 왜 자꾸 이 글귀가 맘에 걸리는 걸까.
가난을 앞지른다는 말은 무엇이며
게으름이 어떻게 가난을 앞지른다는 말인가
무난하게 해석하자면,
게으르게 지내다 보면 어느새 가난함의 한계를 벗어날 정도로 아주 가난해 진다는 뜻일까?
가난을 앞지른다는 말은 가난보다 더 가난해진다는 걸까.
혹은 ‘게으름’이 무엇인가를 앞지를 수 있다는 상황이 내 마음에 꼭 들어와서 일까.
확실히 요즘처럼 ‘게으름=뒤쳐짐’으로 인식되는 때에,
잠과 시간을 쪼개서 학원 한 군데라도 더 다니고 남들 다 하는 것들과 남들 안하는 뭔가를 더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 속에서(물론 안 그런 사람도 많다)
게으름이 그들을 앞질러 간다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좋았던 걸까.
그러나 유독, ‘가난을 앞지른다’는 말이 또 마음에 든다.
‘부자를 앞지른다’, ‘소방차를 앞지른다’, ‘옛 추억을 앞지른다’, ‘개구리를 앞지른다’
여러 가지를 넣어봤지만,
‘게으름은 천천히 가난을 앞지른다’처럼 갈비뼈에 고리를 훅! 걸어서 가는 길에
헉! 하고 가슴뼈가 잡아 채여 뻐근해지는 느낌의 다른 조합이 찾아지지가 않는다.
어쩌면, 나는 아직은 이 글귀가 좋은 이유를 모르겠다.
내가 어느날 나도 모르게 가난을 앞지른다거나(그게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어느날 나도 모르게 ‘게으름’이 되어본다면(‘게으른 사람’을 넘어서 ‘게으름’)
그러니까 명사인 내가 동사인 존재가 되어본다면
그때 다시 얘기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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