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소설 속에 세 명의 인물이 있다.
한 명은 모델
한 명은 깡패
한 명은 부랑자
누가 주인공일까.
오늘 입고 나온 바지는 졸업한 후로 처음 입는 것 같다.
편하긴 한데 잘 입게 되지 않는 옷.
왜.
부랑자가 싫어진 걸까?
예전 세미스타일 힙합 바지가 한창 유행일 때
학교 근처 상가에 온통 비슷한 스타일의 바지가 넘쳐났다.
주말 하루 바지를 하나 사서 월요일 등교한 나는
똑 같은 바지를 입은 다른 두 명과 마주쳐야 했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같은 과, 동기 한 명과 후배 한 명.
같은 바지를 세 명이 입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쩌면 이리 느낌이 다르냐고 학과 사람들은 나불나불 꽃처럼 떠들어댔다.
1학번 밑의 키 188cm에 늘씬하고 꽃미남처럼 생긴 녀석은 [모델]처럼
동기 중 검도 4단에 합기도며 다른 무술을 어려서부터 해온 입이 거칠고 싸움 잘하는 녀석은 [깡패]
그리고 늘 학과 사무실 한 구석 소파에 늘어져 있던 나는 [부랑자]
같은 바지를 입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어쩌면 이리 느낌이 다르냐고…
모델은 바지에 붙은 프린팅을 칼로 죄다 긁어내서 같은 바지가 아닌 것처럼 만들었다.
깡패는 더욱 깡패처럼 자기 키만큼 크게 팔자걸음을 만들며 이리 저리 발차기를 해댔다.
부랑자는 더욱 부랑자처럼 바위며 잔디며 흙이며 소파며 테이블이며 올라가 누웠다.
세 명의 인물이 있다.
한 명은 모델
한 명은 깡패
한 명은 부랑자
누가 주인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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