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월급 받자마자 재즈트럼펫을 산다(연습용/중고)
2. 재즈트럼펫 살 돈을 착실하게 모은다(착실하게=독하게)
내 관점에서 착실한 사람은 독한 사람이기도 한데
위의 두 번째 방법과 같이 목표를 정하고 착실하게 실행하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겐.
본래 돈을 잘 못모으기도 하지만, 예를 들어 한 달 10만원씩 6개월을 모은다고 할 경우
그 6개월 동안 나를 유혹하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래 뭐, 같은 말이다. 유혹에 약하니까 돈을 못 모으는 거겠지.
일하는 곳에서 계약이 6개월 가량 연장이 되었다. 지난 3개월 간 일해본 결과 어떻게 해도
월말에는 통장에 몇 천원뿐이 남지 않는다. 그러므로 미리 뭔가 사 두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한 편으로는 돈을 모아두었다가 여름에 해외여행을 가고 싶기도 하고.
아, 올해에 벌써 담배값으로 5천원이나 썼다. 총 두 갑을 샀는데 서른 개피가 남았다. 훗...
자꾸 쓸 데 없이 돈 쓰지 말고 보험이라도 들라는 선배의 충고는 계속해서 외면중이다. 훗...
여전히 아침마다 무서움을 느끼면서 잠에서 깬다.
죽을 때 어떻게 죽을 지에 대해서 명확한 이미지가 잘 잡히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작년에도 나는 올해의 이런 내 모습을 짐작하지 못했으니까. 훗...
<복수는 나의 것>의 장기밀매조직 보스 역을 했던 여자 배우가 난소암으로 현재 호스피스 센터에 들어가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남은 생명 앞으로 두 달이라고 한다. 인터뷰에서 그 배우는, 안락사를 원하는데 한국에서는 허용이 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죽음에 이르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1. 병에 걸려 죽는 것
2. 사고로 죽는 것
3. 자살
죽는 게 여전히 두려운 나로서는 가능한 오래 살고 싶지만, 그러면서도 죽음의 방법은 병이나 사고가 아니라 자살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안락사,가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불을 끈 방에 혼자 누워서 천장의 어둠을 보며(묘한 회색의 하늘같다)
"내가 잠들었을 때, 잠이 든 채로 죽도록 주사를 놔주세요."
라고 말해보았다.
이를테면 병원에서 미녀 간호사에게(나는 이 간호사의 이미지로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여주인공을 떠올린다. 그녀가 어느새 간호사가 되어 내게 주사를 놔준다)
말하는 것을 연습해 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모든 이유로,
재즈 트럼펫을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 할 수가 없으며
어떤 계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를테면 누군가 비교적 싼값에 내게 팔아준다거나
혹은 사기만 해라, 내가 가르쳐 줄게 라거나
내가 고등학생이었다면 주저없이 사고 주저없이 연습할 방도를 찾고 주저없이
다른 많은 것들을 포기했을 것이다
술이나, 여행이나, 그밖의 여가 같은 것들, 친구나, 약속 같은 것들
왜 나이가 들수록
혼자 살기가 더 어려워지는 지 알 수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것은 한 마디로
스스로에의 몰입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대신 - 그야말로 대신 대신 대신 - 많은 것들을 얻지만
잃어버린 가장 큰 것은 몰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학습과 훈련에 의해 집중은 늘어났지만 - 집중 시간이 늘어난다는 이론에 의해 학교 수업시간이 나날이 늘어나던 것처럼 - 정작 몰입의 정도는 낮아지고
몰입이 낮아지는 데서 오는 불안감이 자꾸만 이것 저것 신경쓰고 들쑤시게 한다
나는 트럼펫에 몰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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