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의 혀, 라는 말이 있다
입안의 혀처럼 윗사람 마음에 쏙 들게 행동하는 사람을 말한다
요즘의 나는
내가 생각해도 참 바지런하게 일하고.
그러고 보면 근 5년 안으로
어디 가서 일 못한다거나, 녀석 맘에 안 든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건 내가 성격이 좋고-사실 좋지만- 본래 일을 착착 잘해서가 아니라
하도 이곳 저곳에서 한 달이나, 두 달
하루나 일 주일
그렇게 아르바이트로 급급하게 일을 구해서 방값을 내고
가끔씩 영화를 보고 CD를 한 장 샀기 때문이다
물론, 가진 자에게 한없이 순종적인 내 성향도 큰 요인이다
여기서도 입안의 혀처럼 굴며
열심히 일하거나 열심히 일하는 척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그런 내 모습에서
경쟁심을 느끼는 사람도 있는 듯 해서 재미있지만
정작 내가 방안에 누워 TV 속에서
나와 똑같이 행동하고 있는 누군가를 보고 있다면
그 녀석을 무척 싫어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정말로
그러나 이런 녀석인 나조차도
불가항력의 상대가 있으니 아름다운 여성이다
군기가 들었느니 빠릿하다느니 진국이라느니 열심이라느니 말을 하다가도
옆에 아름다운 여사원이 방긋 한 번 웃어주면
그 영향력은 나보다 훨씬 막강하다
그러나 문제는 나 또한
듬직하고 이삿짐도 날라주고 전화하면 무리해서라도 기어 나오는 후배 자랑을 일삼더라도
막상 아름다운 여자후배와 믿음직한 남자후배가 동시에 무언가를 부탁하면
실제로 누구 부탁을 들어주든지 간에
맘으로는 여자후배 부탁을 들어주고 싶어할 것 같다
왜냐하면 아름다움은
단 한 순간으로도 100년의 신념과 약속을 무너뜨릴 정도로
판단 이전의 영역으로부터 접근해오기 때문이다
줄곧 외모차별주의자였던 나는 – 물론 그 외모차별주의가 내게 되돌아와 적용되지만
아름다움으로 모든 것이 용서가 되는 행위에
별반 거부감 없이 수긍하며 살아왔는데
오늘 불현듯
이게 이렇게 나를 조종하는가 싶어서
무척 발악하고 싶어지는데
발악의 힘으로 텅 빈 모니터만 보면서도
이건 뭐야 생명력이 없군, 딱딱한 모니터야, 뭔가 부족해, 깊이가 없어, 단절됐어…
그러면서 아름다움에 굴복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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