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 for vendetta

 

이 영화에 대해 얼마나 많은 블로거들이 글을 쓸까 생각하니

이 영화에 대해서 정말 한 마디도 하기가 싫다

 

이를테면 내 공간에서 내 담배를 피는데

그 담배 연기가 옆 사람 담배 연기에 묻는 것이

내 바지에 다른 남자의 정액이라도 묻는 것처럼 불쾌하듯이

그렇게 싫은 것이다

 

헐리우드 영화를 보고 이런 생각을 하는 자체가 웃기는 일이겠지만

그래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V for vendetta에 대해서는 한 가지만 얘기하고 싶다

 

나는 쓰레기 같은 영화를 제외하고는

ending credit을 모두 보는데 그 이유는 단순하다

 

opening credit과 ending credit을 보지 않고서는 영화를 제대로 본 게 아니라고

몇 개의 영화수업 시간에서 공통적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사실 그중 한 교수는 최소 2번 이상 보지 않고는 '영화를 봤다'고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한 번 본 영화란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것과 같다는 말도 했다

그래서 나는 상당히 자주, 우연히 마주친 영화에 대해 얘기하고는 한다)

 

 

딱히 이유를 생각하지 않고 습관처럼 endign credit이 모두 올라갈 때까지 앉아있고는 하는데

그저 여운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오늘 V fot vendetta가 끝나고 (이런 류의 영화관객들은 특히나 ending credit을 보지 않고 나가버린다) 혼자서 한참동안 ending credit의 ray-out 정도를 살펴보다가 이 ending credit 동안에 음악이 무려 3곡이 등장함을 알게 되었다.

 

음악을 영화 속에 연출함에 있어서 감독이 가장 자유로운 부분은 어디일까. 보통의 관객은 ending credit과 동시에 나오는 첫 곡을 들으면서 극장을 빠져나간다

 

누군가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편지지 뒷장에 양초로 쓴 투명 글씨처럼

사실 감독이 부끄럽게 말하고 싶었던 사적인 이야기, 사적인 속삭임은

이 ending credit, 그 중에서도 후반부에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V for vendetta의 ending 곡 중에서 가장 마지막 곡이 가장 영화로부터 일탈적이고 좋았기 때문이다.

 

지구로부터 멀어질수록 지구의 중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듯이 본 영화로부터 가장 끝에 배치되어 있는 연출은 본 영화로부터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영역이지 않을까

 

 

 

 

 

브로크백 마운틴의 경우는 opening credit이 삭제되었고

opening credit 부분이 가장 좋았다

 

나는 이 영화에서 생략된 opening credit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든다

 

내 개인적 감상으로는

트럭에서 내린 잭이 컨테이너에 서 있는 델마를 처음 보는 그 순간-까지가

자막 없는 opening credit이라고 생각한다

 

 

ending credit은 왜 기본적으로 아래서 위로 올라가는 것일까?

영화는 끝이 났으나 당신의 영화는 이제 시작이라는 의미로

자막 커튼을 올려주는 것일까?

 

 

 

'som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가 흉내에 대하여  (0) 2006.03.19
혜화야~  (0) 2006.03.19
나와는 다른 당신  (0) 2006.03.19
세상에는 너무 예뻐서 나와 어울리지 않는 것도 있다  (0) 2006.03.16
퇴보의 3단계  (0) 2006.03.1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