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LYS COFFEE 같은 데에서

 

"크림, 설탕, 우유 안 들어간 커피가 뭐 있어요?"

"그거 말고는 없나요?"

"그럼 에스프레소 더블로 주세요"

"참, 종이잔은 싫으니까 머그잔에 주세요"

라고 주문하고

 

알베르 까뮈의 '시지프신화'를 읽다가

지금처럼 무언가를 적고 있을 때면

사람들이 나를

작가 흉내내는 줄로 알까봐 신경 쓰인다

 

나 작가 흉내내는 거 아니예요, 라는 식으로

마케팅 서적이나, 현대물리학 번역본이라도

펼쳐 놓아야 할 것만 같다

 

그런데 사실

알고보면 나는 작가가 맞다

 

나는 작간데 작가 흉내 내는 작가일까봐

신경 쓰이는 것 같다 부조리한 놈

 

차라리 나를

로마에서 커피를 마시는 스파이

정도로 봐줬으면 좋겠다

 

미용실에서 머리카락을 자르다가 한 여자를 생각했다

내가 머리를 삐죽 세우고 다니기를 좋아했던 여자다

 

떡볶이 파는 가게를 지나가다가 한 여자를 생각했다

작은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나눠먹던 여자다

 

그리고 그 여자들과 함께 있던 나를 생각했다

 

어느 것이나 다

싫지도 않고 좋지도 않다

 

HOLLYS의 ESPRESSO처럼

 

 

 

 

PS. 커피와 떡볶이를 함께 파는 미용실이 있다면 좋겠다

수건으로 내 눈을 가리고, 누워있는 내 머리를 감겨주면서, 입에는 떡볶이를 넣어준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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