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팅과 소개팅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는 것은 내가 즐겨 써먹는 레파토리이다.
그래서 자주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소재다.
내가 여태까지 미팅이나 소개팅을 하지 않은 이유는
내 얘기를 듣고 있는 상대방에 따라서 항상 바뀌고는 한다.
오늘 내가 나에게 얘기하는 그 이유는
너도 나도 들떠서 미팅과 여자, 소개팅과 남자에 관심을 가지고 우르르 몰려다니고
만나면 쏘근쏘근 거리는 짓거리들이 짜증나서
그런 무리들과 멀리히다보니 이렇게 되었다, 이다.
사실이다.
내가 29세인 지금까지 신용카드를 쓰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의 주변 친구들이 신용카드를 쓰기 때문이고
신용카드의 혜택과 이익, 비교 따위의 대화를 하기 때문이다.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모래시계,와 네 멋대로 해라, 단 두 편의 드라마 외에
제대로 드라마를 본 적이 없는 이유도
다들 드라마를 보고 떠들어대고 심지어 그 드럽고 칙칙한 유행, 까지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내가 보험을 안드는 이유도 다들 하나씩은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만약에 든다면 흥국생명을 택할 이유는
김연경 선수가 있는 팀이 흥국생명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계산하고 비교하기를 좋아하는데 그것은
손해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고, 못난이 소리를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인데
그들이 다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손해보는 일을 벌이고
바보소리를 해달라고 주변에 부탁하고 다니는 것이다.
내가 바퀴달린 의자를 밀어냈을 때, 바퀴달린 의자도 동일한 힘으로 나를 밀게 되는 것처럼
내가 그들과 엇나가려 할 수록 그들과 나는 반대방향으로 멀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그렇게, 멀어지다보면 결국
그들은 지옥으로 나는 천국으로 가지는 않겠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어딘가에서 외롭다고 찡찡거릴 자유 정도는 얻지 않을까.
ps1. 언젠가 내가 만든 광고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어 여기저기 유행을 만들어 내는 상상을 하면 짜릿하다. 그들이 모두 병신같이 느껴질 테니까. 나는 약간 신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지도 모른다.
ps2. 다수의 사람들이 비록, 소비자,로 규정지어지는 세계라고 하더라도, 일종의 독특하거나 색다른 진심과 핵심을 읽어줄 소비자는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을 위해서라면 혼을 팔아서라도 뭔가를 만들어내겠다는 각오가 불끈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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