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나라
어머니의 나라에서는 뜨거운 물을 땅바닥에 버리지 않는다 수채구멍에도 끓는 물을 붓지 않는다 땅 속에 살아있을 굼벵이 지렁이 더 작은 미생물들이 행여 데일까 하수구의 쥐애기나 끄시랑치나 고것들 모다 지앙신 자석들이라 지앙신이 이녘 자석들 해꼬지 한다고 노하면 그 집이 망해분단다 어머니의 나라에서는
남은 음식을 버리지 않는다 그 나라 부엌의 수챗구멍 밑에는 염라대왕이 젝기장 들고 앉아 있으면서 누가 먹을 것을 버리는지 기록해두었다가 저승 갔을 때 그에 따라 벌을 준다 어머니의
나라에서는 먹을 것 귀한 겨울에는 산 가까이에 시래기나 생선뼈를 놓아두기도 한다 배고픈 산짐승들 그걸 먹고 겨울 난다 때로 산토끼를 잡기도 하고 들고양이를 쫓기도 하지만 제 아무리 고방 생선 훔쳐 먹는 도둑괭이라도 새끼 밴 암컷에겐 생선 대가리를 내어준다 행에나 새끼 밴 짐성 죽게 하먼 사람 새끼도 온전치 못한 벱이여
어머니의 나라에서는 똥오줌이 오물로 버려지지 않는다 땅에서 왔으니 땅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그마저 생오줌이나 생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란 독한 짐승이라 사람 침에 뱀이 죽고 사람 발에 풀이 죽고 생똥 생오줌에 채소가 녹기에
생오줌은 합수통에서 지글지글 끓여서 독기 다 뺀 후 무 배추 밑 돋우는 거름으로 쓰고 생똥은 짚 풀과 섞여 한 여섯 달 푹 삭아야 논밭의 퇴비가 된다 어머니의 나라에서는 나무 한 그루 함부로 베어내지 않는다 나무마다 신이 있어서 허락 없이 베어내면 똑 같은 사람 목숨 하나가 베어지고야 만다 정히 나무 필요할 때면 막걸리 두 되쯤 바친 후
나무신 허락을 받아야 한다 잡초 우거진 빈 땅이라도 함부로 구덩이 만들지 않는다 파낸 자리마다 무덤 자리라 뜻 없이 파낸 자리엔 사람 목숨 하나 눕게 된다고 한다 어머니의 나라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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