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소댁

 

 

 

 

                         -손세실리아

 

 

고등어 배 갈라 속 긁어내는데

단 몇 초도 안 걸린다는 곰소댁,

낭창거리는 칼날이

그 여자 잰 칼질의 이력이라는데

 

뱃놈 시절엔 계집질로 뭉칫돈 탕진하고

말년엔 노가다 십장질로 알탕갈탕 번 돈

노름방에 홀랑 갖다 바친 서방 덕에

새새틈틈 갈라진 손으로

등 푸른 어육의 배를 째고

물컹한 내장 그악스레 훑는다는

수협 공판장 일용직 잡부 곰소댁

 

하루도 질 날 없는 멍꽃에

신신파스 도배하듯 붙이며

"조강지처는 맷구럭, 첩은 좆구럭"

구시렁거리다 재차 쥐어 박힌다는

그 여자 넋두리엔 소금기만 간간하다는데

 

빈속에 해장이라도 한 잔 걸칠 양이면

야속함도 탓함도 싹 잊어버리고

침 발라 헤아린 일당 단단히 챙겨

집으로 직행한다는 맹하고 선한 곰소댁

휘어진 등, 곱은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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