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나이프 스타일knife
style’
- 전상인(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사회학) 중앙 시평
서울시민들 생각에 부자가 되려면 적어도 20억원은 가져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 모 리서치회사의 설문조사 결과다. 대다수 국민에게 이만한 액수는 결코 쉽게 도달할 수 없는 수치일 터여서 거의 모든 사람이 상대적 빈곤감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양극화 이데올로기가 키운 꿈치고는 너무나 야무진 꿈으로 보인다.
이처럼 일부 최상위 집단을 비교 대상으로 설정함으로써 야기되는 ‘최대 다수의 최대 불만’ 상황은 사실상 우리의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만연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다국적 생활용품업체 한 곳이 아시아 지역 열 개 나라 여성을 상대로 시행한 의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 가운데 스스로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최하위로서 단 1%에 그쳤다. 당연히 외모를 향상시키기 위해 성형수술을 고려했다는 비율은 최상위였다. 눈이 높아도 너무 높아진 결과일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우리나라만큼 거울이 흔한 곳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욕실 안이나 손가방 속의 거울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역사(驛舍), 사무실, 식당, 상점, 학교, 시내버스 등 공공장소 어느 곳에서나 거울을 쉽게 볼 수 있는 나라로는 우리나라가 가위 독보적일 게다. 원래 거울이란 혼자 있을 때만 이용하는 것이고 공공장소에서의 사용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문명의 진화가 우리만 살짝 비켜간 모양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내면보다 외양에, 자신보다 비교에 월등히 더 많은 신경을 쓰는 나라가 됐다. 얼마
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우리나라 가정에서 머리 손질이나 장신구 구입에 쓴 돈은 읽을거리 구입비의
5.7배에 이르렀다. ‘얼짱’ 혹은 ‘몸짱’ 신드롬에 의한 이른바 ‘몸 프로젝트’는 불과 몇 년 사이에 연 10
물론 이러한 추세 자체는 세계 공통이다. 이와 관련해 사회학자 보르도(S Bordo)는 성형수술의 확산이 여성들의 라이프 스타일(life style) 자체를 ‘나이프 스타일’(knife style)로 바꾸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관건은 따라서 어디까지나 정도의 차이일 텐데 우리나라는 몸에 칼질을 하거나 하려는 경향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유난히 강한 경우다. 이로써 신체발부(身體髮膚)는 부모를 떠나 성형의학 내지 뷰티산업으로 목하 대이동 중이다.
현재 우리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신체수선(身體修繕) 열풍의 가속화는 육체의 자본화 혹은 용모의 상품화라고 하는 일반적 차원을 능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산 20억원을 모으지 못하면 실패한 인생이라 여기는 것과, 패션모델 뺨치는 몸매가 되지 않은 한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고 느끼는 것 사이에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곧 모든 양극화 테제가 그러하듯이 외모 인식의 양극화 또한 주어진 현실에 대한 끝없는 불복(不服), 그리고 자기 스스로에 대한 한없는 불만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결코 아무나 쉽게 ‘오르지 못할 나무’를 쳐다보면서 대다수 사람이 스스로를 인생의 낙오자, 패배자, 희생자라고 여기는 국민적 콤플렉스가 우리 시대를 배회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이처럼 보편화된 열등의식과 박탈의식을 자산이자 무기로 삼는 집권세력이 있다. 결국 오늘날 한국인의 ‘나이프 스타일’에는 보다 많은 사람을 보다 더 불행하다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모종의 이념적 편향과 정치적 음모가 은밀히 일조하고 있는 느낌이다.
일단, 글을 참 잘썼다. 안정적이고 하고 싶은 말을 부족하거나 넘치지 않게 썼고, 너무 어렵지도 않고 너무 쉽지도 않게, 자신이 잘 드러나도록 쓴 것 같다.
다 읽고 나니 음...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질문을 하고 싶다.
분명히 의식하는 현대인의 삶의 방식이 있을 텐데, 그것을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는다. 이성적인 글의 한계가 느껴진다. 공감하지만 행동이 바뀌지는 않는다.
사실, 내용에도 그리 공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결코 아무나 쉽게 ‘오르지 못할 나무’를 쳐다보면서 대다수 사람이 스스로를 인생의 낙오자, 패배자, 희생자라고 여기는 국민적 콤플렉스가 우리 시대를 배회하고 있'는 상태를 나는 좋아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너무 밝고, 티가 없고, 또 공평함에 빠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나는 참을 수 없다.
왜 한국인이 이토록 성형에 빠져있을까, 를 짚는 원인은 아주 많이 있겠지만, 나는 순전히 내 기꺼움으로 이렇게 대답하겠다. "신체발부 수지부모"의 전통으로부터 저항하고 싶어서. 적어도 그런 욕구가 있어서. 라고.
역사와 전통만큼 인간에게, 성장해가는 인간에게 통증을 주는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성형에 빠진 세상에 대해 그다지 반감이 없다. 그에 치중해 자신의 행복을 이뤄나가는 것도 좋고, 그에 치중해 자신의 행복을 망쳐가는 것도 좋다. 다 자기 할 나름이다.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한국인 평균 미모는 높아져 가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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