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울
- 김윤
자전과 공전이 엇박자로 밀리는 틈 어디
살다보면 알몸으로
꽉 끼어 서 있는 날 있네
쏟아지는 빗속
헛손질에 토악질
덕지덕지 묻어나는 요구르트 같은
비루함을
떠밀리며 떠먹다가
막무가내로 울렁거릴 때 있네
꺼먼 비닐봉지 하나씩 받아 들고
독도 가던
끝내 배를 못 대던
기어서 엎어져서 갑판까지 굴러가던
멀리 바위섬 두 채 파랑에 부대껴
두 눈깔 쾡 하던
산란 중인 괭이갈매기떼 악악거리며
낄낄 배를 에워싸던
삼봉호 머리채까지 잡아흔들던
식구들을 모아놓고
너울이라고
비닐봉지 하나씩 나누어 주는
흐린 봄 저녁이 있네
개별화물
- 김윤
개별화물 일톤트럭이 막 영동 고속도로를 들어섰다 국방색 덮개 아래 팟단 수북하다 흰 파뿌리 들썩인다 귓바퀴가 벌겋게 다부진 노인이 눈 부릅뜨고 개별을 끌고 간다 사람마다 개별로 질질 끌고 가는 뿌리 뽑힌 화물 있겠지 누군가의 짐칸에 함부로 부려진, 개 같은 개별도 있겠지 운전석 옆 할머니 귀밑머리 하얗게 졸고 있다 흔들리는 유리창 뒤로 할머니의 파밭이 깜박깜박 흘러가다가 비 뿌린다 막 문막이다 묶여진 팟단들 종아리 드러내고 빗속에 섬득섬득 자라고 있다 덮개 위 빗소리들 타닥타닥 단잠을 깨워, 푸른 밭 한 자락 궁시렁거리며 낡은 트럭을 밀고 있다 조수석에 기댄 늙은 파뿌리, 쏟아지는 졸음을 단으로 묶으며 늙은 달구지를 온 몸으로 밀고 있다 파란 개별화물 일톤트럭이 막 둔내터널을 끌고 저만큼 가고 있다 눈치 안보고 쉬엄쉬엄 가고 있다
# 너울도 좋지만, 이 개별화물은 정말 좋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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