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 김영서
빈집에 아버지가 다녀가셨다
쌀자루가 주저앉을 때마다
일으켜 세우고 가는 아버지
밥보다 더위를 먼저 먹어
밥알이 모래알처럼 굴러도
찬물 말아 울컥울컥 넘기면
몸이 쌀자루처럼 일어선다.
날품 팔아 살아간다고
느슨해지면 안 된다
자루에 쌀을 담듯이
들썩이면 올이 터질 듯 팽팽해야 한다고
빈집에 쌀자루 던져 놓고
헛기침 몇 번 하다
헐렁해진 모습으로 돌아섰을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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