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고 아린

 

 

                                                        - 강정이

 

 

1

호두까기인형이 되어

태엽감은듯 빙글빙글 도는 발레리나

새처럼 춤추기 위해 발가락은

맵고 아리다

그녀 발가락이 불퉁불퉁

마늘뿌리다

 

꽃목걸이 걸고 웃는 발레리나

껍질 벗긴 한 톨 마늘이다

스포트라이트 받은 얼굴 매운내 훅~ 터지니

눈 부 시 다

 

 

 

2

친구야 마늘은

장터국밥에나 갈비찜에나

헌 운동화나 동쪽 별자리에도

들어있다

울지마라

 

 

 

 

 

 

# 발레 본 적 있고, 보리스에이프만 발레단이나, 이미 은퇴한지 오래인 '미하일 바리시니코프'를 추종(?)한 적도 있다. 흔히 천사, 요정 같다는 느낌을 받고는 한다. 그런데 이 시에서는 마늘 같다고 보고 있다.

 

# 변태성 감미로운 상상주의자들은 흔히 발레리나를 보고 껴안는 상상을 하고는 하는데, 그럴 때명 언제나 그 발레리나에게선 천상의 향기가 난다거나 어쨌든, 마늘냄새가 난다고 상상하지는 않는데, 그런 정도까지 상상해내는 이는 분명 뛰어난 변태로서 시인이 되기에 충분한 자다.

 

# 발레는 아름다움을 상징하고, 여기서는 마늘이기도 한데, 그러므로 아름다움은 어디에나 들어있고 냄새 나는 운동화 속에도 들어있고, 신발이 닳을까봐 손에 들고 맨발로 뛰어다니던 '복귀의 아들('살아간다는 것')'에게도 들어 있는 것이다.

 

# 빌리엘리어트,는 빼어난 이쁜 영화였는데, 복귀의 아들이 발레를 배우는 장면을 상상하면 빌리엘리어트와 흡사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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