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아이들과 밴드를 하나 조직해서 동네 클럽에서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난 피아니스트였어요. 사실 한 번도 피아노를 연주한느걸 배운적은 없었지만... 그저 어깨 너머로 배우고 대충 연주하는 정도였죠. 물론 우리가 일하는 클럽은 아주 값싼 곳이었기 때문에 뭐, 그정도의 연주라도 사람들은 춤을 추고 곧잘 박수도 쳐주고 그럽디다. 그러던 어느날, 고등학교 1학년 때였을 거요. 아프리카의 역사를 배우는 시간이었는데, 교과서에 이렇게 써 있는 거에요. "아르피카 사람들은 풀잎으로 옷을 해입고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종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교실을 뛰쳐나가 교장선생님에게 따졌죠. 그리고 그날 이후, 난 학교를 가지 않았습니다. 그게 내 학력의 전부인 셈이죠.

 

  그렇게 2년이 지났습니다. 2년 동안 우리는 핏츠버그에서 꽤 인기있는 밴드가 되어 있었죠. 아, 물론 지금 얘기하는 것처럼 그런 수준있는 음악을 얘기하는건 아니에요. 그러던 어느날 그 클럽의 사장이 새로 바뀌었어요. 찰리란 사람이었는데, 연주자들을 다시 오디션 하겠다고 나셨죠. 그런데내가 피아노 연주하는 걸 보더니 갑자기 처음 보는 곡의 악보를 올려 놓으면서 그걸 쳐보라는 겁니다. 그런데, 난 사실 그때 악보를 볼 줄 몰랐거든요. 그러니 어쩝니까 그냥 대충 눈치나 보면서 다른 애들이 연주하는 걸 맞추기나 하고 그럴수 밖에 없었죠. 사장이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내게 물었습니다. "자네 여기서 일한지 얼마나 됐나?" 2년 정도 되었다고 대답했죠. 그랬더니 그 사람, 얼굴 표정이 잔득 일그러지더니 같이 온 어떤 사람에게 피아노를 쳐 보라고 하더군요. 그의 연주를 듣는 순간, 전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바로 그 사람이 천재라고 일컬어지던 에럴 가너(Erroll Garner)였으니까요. 나중에 미스티(misty)를 작곡한 녀석이죠. 잠시후에 사장이 내게 다시 묻더군요. "야 이 멍청한 깜둥이 놈, 너 여기서 계속 일하고 싶어?" 그제서야 난 사태가 심각하다는걸 깨달았죠. 이거 뭐, 당장 밥줄이 끊기게 생긴 겁니다. 사장에게 울면서 애원하는 것밖에 도리가 없었죠. 워낙 끈질기게 매달려서 그랬는지 사장이 불쌍하다는 얼굴로 마지못해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넌 저기 뒤에가서 드럼이나 쳐, 피아노 앞엔 얼씬도 하지마. 알았어?"

 

 

아트 블랭키 회고록 중에서-

 

 

Art Blaky

Confessed Drum to Surv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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