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파와 TV전파를 비롯하여 무선전화와 태양빛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일상생활은 전자기파의 바다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전자기장의 기본적 구성요소인 광자는 전자기력을 매개하는 입자로 알려져 있다. 당시의 눈에 어떤 물체가 보인다는 것은 그 물체로부터 반사된(또는 그 물체가 발산하는) 전자기파(또는 광자)가 망막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광자는 흔히 전자기력의 ‘전령입자messenger particle’라 불리기도 한다.
중력은 모든 물체를 지구의 표면에 붙들어 두는 힘으로서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힘이다. 전자기력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일상은 중력의 바다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느끼는 중력의 대부분은 지구로부터 기인하고 있으나, 태양과 달을 비롯한 다른 행성의 중력도 지구의 환경에 나름대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전자기장을 형성하는 기본입자가 광자이듯이, 물리학자들은 중력장을 형성하는 기본입자를 중력자graviton라 부르고 있다….
(조그만 자석으로 클립을 들어 올릴 수 있다는 것은 지구 전체가 클립을 잡아당기는 중력보다 조그만 자석 하나가 클립을 당기는 자력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손에서 미끄러진 유리잔은 왜 바닥으로 떨어지는가?”라고 묻는다면, 당신은 지구의 중력이 유리잔을 잡아당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도 있고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을 도입하여 지구의 질량에 의해 왜곡된 공간을 따라 유리잔이 미끄러지고 있다고 대답할 수도 있으며, 또는 중력자가 지구와 유리잔 사이를 오락가락하면서 유리잔에게 “지구를 향해 다가가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도 있다.
온도란 물체를 이루고 있는 원자들의 평균적인 운동상태(운동에너지)를 나타내는 양이므로 온도가 높아지면 물체가 품고 있는 에너지도 커진다. 따라서 두 개의 금덩이 중 하나를 데우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에너지가 커지고, 그 결과 더운 금덩이는 차가운 금덩이보다 조금 더 무거워질 것이다. 17세기에 살던 뉴턴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
두 번째 문제는 금덩이 대신 두 개의 동일한 ‘잭 인 더 박스Jack in the box(상자 뚜껑을 열면 인형이 튀어나오는 장난감)’를 대상으로 전처럼 질량을 다르게 만드는 문제였는데, 이번에는 상자의 질량을 바꾸면 안 된다는 단서와 함께 상자의 온도를 변화시키면 안 된다는 조항까지 추가되어 있었다. 이 문제 역시 뉴턴에게 내준다면 그는 “말도 안 되는 문제로 사람 괴롭히지 말고 차라리 그냥 종신형을 내려주세요!” 라고 외쳤을 것이다.
… 상자 하나는 용수철을 압축시켜서 뚜껑을 닫아두고, 다른 하나는 뚜껑을 열어서 인형이 튀어나오게 한 채로 방치해 두면 된다. 왜 그런가? 압축된 용수철은 평형 상태에 있는 용수철보다 많은 에너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용수철을 압축시키려면 어떻게든 일을 해 줘야 하고, 이 일은 용수철에 저장되어 있다가 나중에 용수철이 인형을 바깥으로 밀어낼 때 사용된다. 그런데 물체의 에너지가 증가하면(에너지의 형태가 무엇이건 간에) 질량이 커진다고 했으므로, 인형을 상자 안에 가둔 채 뚜껑을 닫은 상자는 뚜껑이 열려 있는 상자보다 질량이 커진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할 때 중력이 질량과 에너지에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물체가 받는 압력에도 좌우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하였다. … 압축된 용수철이 상자의 뚜껑을 바깥쪽으로 밀어내는 것처럼 외부로 작용하는 압력을 ‘양압positive pressure’이라고 한다… 양압은 중력의 세기를 크게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압력이 안쪽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즉, 양압과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음압negative pressure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양압은 물체에 작용하는 중력을 크게 만드는 효과가 있으므로 음압은 중력의 크기를 작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결국 음압은 음의 중력, 즉 ‘밀어내는 중력repulsive gravity’을 만들어 낸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이 놀라운 사실을 알아냄으로써 “중력은 항상 인력으로만 작용한다”는 역사 깊은 믿음에 종지부를 찍었다. 행성과 별, 은하 등의 물체들은 뉴턴의 예상대로 잡아당기는 중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압력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일상적인 물체의 경우, 압력에 의한 중력은 거의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다) 그 압력이 안쪽으로 작용하면(양성자나 전자 등 일상적인 입자의 압력은 항상 바깥쪽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우주상수는 어떤 입자를 도입해도 설명되지 않는다) 뉴턴이 기절초풍할 현상이 나타난다. 즉, 중력이 척력으로 작용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별을 태우는 핵연료가 고갈되면 핵융합반응에 의해 바깥쪽으로 작용하던 압력이 약해지면서 별은 자체 중력으로 인해 안으로 수축되며, 이 과정에서 중심부의 온도가 급격하게 상승하여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게 된다. 이러한 폭발을 흔히 초신성이라고 하는데, 하나의 별이 초신성으로 변하면 태양의 수십억 배에 달하는 빛을 수주일 동안 발산하게 된다. 이것은 정말로 신기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단 하나의 별이 거의 은하 전체와 맞먹는 양의 빛을 한꺼번에 방출하는 것이다! 별의 크기와 구성성분에 따라 초신성의 폭발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지만, 어떤 특별한 초신성들은 거의 동일한 규모의 폭발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초신성을 ‘Ia형 초신성type Ia super-nova’이라 한다.
이것은 정말로 놀라운 결과이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양성자나 중성자, 전자 등의 일상적인 입자로 이루어진 물체는 우주의 전체 질량-에너지의 5%에 불과하고 아직 그 정체가 분명하지 않은 암흑물질도 우주 전체 질량의 25%밖에 되지 않으며, 우주를 이루는 질량-에너지의 대부분(70%)은 이들과 전혀 다른 정체불명의 암흑에너지로 이루어져 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코페르니쿠스 이후로 인류의 우주관은 가장 격렬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우리의 몸을 비롯하여 눈에 보이는 모든 삼라만상을 이루고 있는 물질들이 우주의 전부가 아니라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해 보라. 이 얼마나 놀라운 변화인가? 우주에 존재하는 양성자와 중성자, 그리고 전자를 몽땅 걷어내도 95%는 건재하다는 것이다.
클라인은 “어떤 사실이 우주 안에 존재하는 물체에 적용된다면, 그 사실은 우주 자체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느다란 밧줄의 표면에 커다란 차원과 조그만 차원이 공존하고 있는 것처럼, 우주공간의 차원도 그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3차원(좌우, 전후, 위아래)은 그들 중 ‘눈에 쉽게 뜨이는 커다란 차원’일 수도 있다. 그리고 밧줄에 원형차원이 숨어 있는 것처럼, 우주공간에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영역에 우리가 모르는 차원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
여분의 차원이 기존의 3차원 공간만큼 크다고 해도, 광자가 3-브레인을 이탈하지 못하는 한 우리는 여분의 차원을 볼 수 없다.
따라서 우리가 3-브레인에 살고 있다고 가정하면 여분의 차원이 보이지 않는 이유를 다른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여분의 차원은 작아서 안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볼 방법이 없어서’ 감지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대상을 감지할 때 반드시 필요한 전자기력이 여분차원의 세계로 진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 위에 떠 있는 연꽃 위를 기어가고 있는 개미가 자신의 아래에 광활한 물속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광활환 고차원 공간 속의 3차원 공간으로 표류하면서 우리의 브레인만이 유일한 세계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간적 관점에서 볼 때,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모든 경험들은 두 가지 형태로 분류될 수 있다. 시작, 중간, 끝이 분명한 사건들(책, 야구경기, 인간의 삶 등)과 시작이나 끝이 없어 계속해서 반복되는 사건(계절의 변화, 태양의 출몰, 래리킹(CNN의 토크쇼 사회자)의 결혼 등)이 그것이다. 물론, 사건의 진행과정을 면밀히 분석해 보면 주기적인 사건들도 완전히 동일한 양상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태양은 지난 50억 년 동안 특별한 규칙을 따라 출몰을 거듭하고 있지만, 태양계가 형성되지 않았던 50억 년 전에는 그런 현상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었다. 그리고 앞으로 약 50억 년이 지나면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변하면서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의 행성들을 집어삼킨 후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긴 시간을 고려하면 지금 당장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사건들도 시작과 끝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스탠퍼드 대학의 Savas Dimopoulos와 하버드 대학의 Nima Arkani-Hamed, 그리고 뉴욕대학의 Gia Dvali는 숨겨진 차원의 크기가 1mm 이내일 것으로 추정하였다. … 아무튼, 중력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수행된 실험결과로 미루어볼 때, 만일 우리가 3-브레인에 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여분차원의 크기는 거의 1/10mm까지 허용된다.
빠르게 회전하고 있는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을 향해 자유롭게 낙하하는 소행성은 곧바로 떨어지지 않고 소용돌이처럼 회전하는 공간을 따라 중성자별(블랙홀)의 주변을 회전하며서 추락하게 된다. 그러나 소행성의 입장(소행성의 좌표계)에서 볼 때 자신은 전혀 회전하지 않고 똑바로 떨어지고 있을 뿐이다. 즉, 소행성은 ‘공간에 대하여’ 회전하는 것이 아니라 소용돌이 치듯이 왜곡되어 있는 공간의 격자선을 ‘똑바로’ 따라가고 있다. 그러므로 블랙홀을 향해 떨어지고 있는 소행성을 바깥에서 바라보면 나선형 궤적을 그리면서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당신이 그 소행성에 타고 있다면 회전을 전혀 느끼지 못할 것이다.
암흑물질의 구성성분이 양성자/중성자가 아니라면 대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정확한 답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액시온axion에서 지노Zino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어 있다. 이들 중 올바른 답을 찾은 사람은 장차 스톡홀름을 방문하게 될 것이다(노벨상을 받으러 간다는 뜻). 그러나 암흑물질이 관측된 사례가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모든 가설들은 심각한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러 물리학자들의 의견에 따르면 암흑물질은 전 공간에 두루 퍼져 있으면서 지금도 매 순간마다 우리의 몸을 관통하고 있다. 따라서 암흑물질은 거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일상적인 물체를 투과할 수 있는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지구를 투과하는 암흑물질의 구성성분을 직접 관측하는 실험은 지금도(매우 어렵긴 하지만) 가끔 실행되고 있다. 암흑물질을 이루는 입자들은 매 초마다 동전만한 크기의 영역을 약 100만 개 가량 통과하고 있는데, 이들 중 하루에 한 개 정도는 특별하게 고안된 입자감지기에 흔적을 남길 수도 있다. 아직까지는 발견된 사례가 없지만 실험물리학자들은 사방에 지천으로 깔려 있는 ‘복권’을 찾기 위해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금의 추세로 나간다면 암흑물질의 정체는 앞으로 수년 이내에 밝혀질 것이다.
직접, 또는 간접적인 관측을 통하여 암흑물질의 존재가 분명하게 밝혀진다면 우주론은 장족의 발전을 하게 된다. 이처럼 단 하나의 관측으로 이론의 전체적인 운명이 좌우되는 경우는 아마도 유사 이래 처음일 것이다. 암흑물질이 발견된다는 것은 우주의 거의 대부분(95%)이 새롭게 발견된다는 뜻이다.
양자역학의 지배를 받는 실제의 우주에서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양자역학의 세계에서 어떤 물체를 관측한다는 것은 물체가 갖고 있는 수많은 가능성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관측이라는 행위 자체는 관측대상을 필연적으로 교란시킨다. 즉, 어떤 입자를 관측하여 얻은 값은 관측이 행해지기 전의 모호한 상태(다양한 가능성이 중첩되어 있는 상태)를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양자역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미 관측된 입자를 관측 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순간이동은 논리적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다. 물체의 정보를 입수하려면 관측을 해야 하는데, 일단 관측을 시도하면 원래의 상태와 전혀 다른 정보가 얻어지므로 이로부터 재생된 복제품은 원본과 같을 수가 없다. 따라서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물체의 순간이동이 불가능하다. 과정이 복잡해서가 아니라 양자역학의 법칙 자체가 완전한 복제를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당신이 드로리안DeLorean(영화 Back to the Future에 등장했던 타임머신 스포츠카)을 이루고 있는 개개의 원자들을 다른 장소로 완벽하게 전송하는 기술을 확보했다면 자동차를 통째로 전송하는 것도 가능할 것인가? 순간이동은 아직 성공한 사례가 없기 대문에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이론적으로 따져보면 불가능할 이유가 없다. 물체의 외관과 감촉, 소리, 냄새, 맛 등 모든 특성들은 원자와 분자의 배열상태에 따라 전적으로 좌우되므로, 개개의 원자들을 전송하여 재구성된 드로리안은 원본과 완전히 동일히다. …그러나 만일 차 안에 당신이 애지중지하는 고양이가 타고 있었다면, 또는 당신이 드로리안에 탄 채로 순간이동되었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 것인가? … 나의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원자와 분자의 양자상태가 다른 곳으로 전송되어 나와 완전히 똑 같은 생명체가 재현되었다면, 그것은 곧 ‘나’일 수밖에 없다….생각과 기억, 감정, 판단력 등은 인간의 몸을 이루고 있는 원자와 분자로부터 형성되기 때문에, 모든 구성요소들이 완벽하게 동일한 양자적 상태에 있는 복제인간은 원래의 인간과 다를 것이 없다(여기서의 복제인간은 세포를 배양하여 만든 생물학적 복제인간이 아니라 모든 ‘물리적 상태가 완벽하게 동일한 인간’을 뜻한다.)
물리학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등장하는 가장 유명한 관계식 E=mc2는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식은 달러화와 유로화처럼 질량과 에너지가 서로 교환 가능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사실, 우리의 생존여부는 바로 이 식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생명의 원천인 태양열과 태양빛은 매 초당 430만 톤의 물질이 에너지로 전환되면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에너지는 질량으로부터 생성된다. 그러나 이 관계식은 반대방향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즉, 에너지가 질량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끈이론에서 아인슈타인의 관계식은 바로 이 방향으로 적용된다. 끈이론이 말하는 입자의 질량이란, 진동하는 끈의 에너지에 해당된다. 예를 들어, 한 입자가 다른 입자보다 무거운 이유는 무거운 입자를 이루는 끈이 가벼운 입자를 이루는 끈보다 더욱 강하고 격렬하게 진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동이 강하고 격렬할수록 에너지는 커지고, 큰 에너지는 아인슈타인의 관계식을 통해 큰 질량에 대응된다. 이와 반대로 질량이 작은 입자는 그에 해당하는 끈의 진동이 그만큼 덜 격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광자나 중력자와 같이 질량=0인 입자에 해당하는 끈은 가장 조용하게 진동하고 있다.
공간에서 하나의 지점을 명시하려면 최소한 세 개의 정보(좌표)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당신이 어떤 도시에서 저녁파티 초대장을 발송한다면, 그 초대장에는 건물이 서 있는 가street와 로avenue, 그리고 그 건물에서 파티장이 속해 있는 층수가 명기되어 있어야 손님들이 제대로 찾아올 수 있다. 또한, 음식이 식기 전에 손님들이 도착하도록 배려하려면 네 번째 정보, 즉 파티가 열리는 시간까지 알려주어야 한다. 우리가 속한 시공간을 ‘4차원 시공간’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칼루자는 좌-우, 전-후, 상-하 이외에 움직여 갈 수 있는 또 하나의 방향이 공간에 존재하며, 어떤 이유로 인해 지금까지 아무도 그 방향을 인식하지 못해 왔다고 가정하였다. 만일 칼루자의 가정이 맞는다면 우리가 속해 있는 공간에는 독립적인 방향이 또 하나 존재하여 특정 위치를 명시하려면 4개의 좌표가 있어야 하고, 시간까지 포함한 시공간에서 한 점을 정의하려면 5개의 좌표가 필요하게 된다.
우리가 분명하게 확인한 것은 시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사건들이
‘이미 그곳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일상적인 경험에 의하면 과거는 이미 일어난 사건의 집합이고 미래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처럼 보이지만, 시공간을 하나의 객체로 간주하면 과거와 미래를 이루는 모든
사건들은 이미 그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들은 시간과 무관하게 존재한다. 드넓은 공간 안에 모든 점들이 이미 존재하는 것처럼, 시간에도
과거와 미래를 포함한 모든 순간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가능하고 인간의 자유의지가 환상에 불과하다면, 부모님의 만남을 방해하러 과거로 갔다가 갑자기 무력해지는 현상은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과거로 간 당신은 자유의지대로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물리학의 법칙이 당신의 사지를 실로 묶어서 인형처럼 조종하고 있다…타임머신을 탈 때 무슨 생각을 했던 간에, 타임머신에서 내리는 당신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논리적으로 타당한’ 시공간의 일부이다. 그러므로 물리학의 법칙은 당신의 모든 시도를 ‘논리적인 물거품’으로 만들 것이다. ..
인간의 자유의지가 정말로 존재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 경우에 양자역학은 고전물리학과 다른 몇 개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흥미로운 해답으로는 도이치Deutsch가 다중우주 해석론을 이용하여 제시했던 해답을 들 수 있다. …이 주장에 따르면 특정한 시간에 우리가 느끼는 우주는 관측을 통해 갈라진 무수히 많은 다중우주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물론 여러 개의 우주를 양산하는 관측행위는 당신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실행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자유의지는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우주들 중 어떤 우주에 편승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단, 당신과 나를 비롯한 모든 만물들은 무수히 많은 갈래로 갈라진 우주에 모두 존재하고 있으므로 인간의 정체성이나 자유의지도 확장된 관점에서 재해석 되어야 한다.
시간여행과 관련된 역설에 관하여, 다중우주 해석은 그야말로 깔끔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당신은
블랙홀의 외형은 모든 천체들 중 가장 완벽한 포커페이스라 할 수 있다. 휠러와 호킹 등의 물리학자들이 블랙홀의 성질을 부분적으로 밝혀내긴 했지만 대부분의 특성은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다. 블랙홀을 바깥쪽에서 바라본 모습은 아주 간단명료하다. 블랙홀의 특성을 좌우하는 것은 질량(크기의 척도, 블랙홀의 크기는 중심에서 사건지평선event horizon(이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밖에서 관측할 수 없다)까지의 거리로 정의된다)과 전기전하, 그리고 스핀뿐이다. 이것 외에는 블랙홀끼리 구별할 만한 다른 특성이 전혀 없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블랙홀은 머리카락이 없다”고 표현하곤 한다. 블랙홀의 개성을 반영하고 있는 물리량이 그 정도로 부족하다는 뜻이다. 만일 당신이 블랙홀을 관측하여 질량과 전하, 그리고 스핀을 알아냈다면(블랙홀은 말 그대로 검은 천체이기 때문에 이런 특성을 직접 관측할 수 없다. 근처에 있는 다른 천체의 움직임으로부터 간접적으로 알아내야 한다), 그 블랙홀에 관해서는 더 이상 알아낼 것이 아무 것도 없다.
홀로그램이란, 에칭etching이 새겨진 2차원의 평면 플라스틱 조각에 레이저를 적절한 방향으로 투사하여 공간에 3차원 입체영상을 만들어 내는 장치이다. 1990년대 초에 네덜란드 출신의 물리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헤라르뒤스 토프트Gerardus’t Hooft와 끈이론의 대부로 불리는 레너드 서스킨드Leonard Susskind는 우주가 홀로그램과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파격적인 의견을 제시하여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이들은 현재 3차원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상사들이 ‘정말로 그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 아니라, 아주 먼 곳에 있는 2차원 평면에서 진행되는 사건들이 우리 눈앞에 투영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만일 그렇다면 우리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들은 일종의 3차원 홀로그램 영상인 셈이다. 이들의 주장은 모든 현상들이 실체의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플라톤식 사고방식과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결정적인 차이점이 발견된다. 플라톤이 말하는 그림자는 더 높은 차원에 존재하는 실체가 낮은 차원에 투영되어(단순화되어) 나타나는 결과인 반면, 홀로그래은 2차원 평면에 들어 있는 정보가 더 높은 차원(3차원)으로 투영되면서 나타나는 결과이다.
역자(박병철)후기>
흔히 교양과학도서는 일반 독자들의 흥미를 유도하기 위해 쉬운 설명을 강조하거나 내용을 지나치게 단순화하여 핵심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물리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설명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자연의 법칙 자체가 우리의 직관이나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과학서적이 제 역할을 하려면 자연의 법칙을 ‘인간적인’ 사고의 틀에 맞출 것이 아니라, 사고의 틀을 자연의 법칙에 맞추도록 유도해야 한다.
… 앞서 말한 대로, 올해는 상대성이론이 발표된 지 1세기가 되는 해이다. 그 동안 특수 및 일반상대성이론은 물리학의 전 분야에 걸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양자역학과 함께 현대물리학을 떠바치는 주춧돌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는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한 천재의 머릿속에서 나온 엄청나게 복잡하고 어려운 이론”일 뿐이다. 하긴, 반경 6,370km 남짓한 지구의 표면 위에서 100년 이내의 짧은 생을 살다가는 인간이 우주적 스케일의 시간과 공간을 ‘취미 삼아’ 이해한다는 것은 결코 자연스러운 행동이라 할 수 없다. 시간과 공간의 진정한 특성을 이해하는 것과 지구인의 생존능력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게다가 머릿속에 그려지지도 않는 10차원 공간(11차원 시공간)까지 머릿속에 담고 살기에는 우리가 처한 현실이 지나치게 각박한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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