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에 있는 알파 문구사에 펜을 사러 간 적이 있다.
애착을 갖기 보다 쉽게 지겨워하는 경우가 많은 데
한 편 애착을 갖는 것에는 약간 바보다 싶을 정도로 애착을 갖기도 하는
한 마디로 편애주의자이기 때문에
그저 그런 펜들은 금방 금방 바뀌고는 한다.
처음 대한민국에 제브라펜이 수입되었을 때의 충격이 1탄이오
그 후에 Hi-tech C 펜이라는 0.1mm 펜이 수입되었을 때의 충격이 2탄이었다.
아, 펜이(그것도 일회용 펜이) 이럴 수도 있구나.
그후로 제브라펜과 비슷한 형태의 펜들과 Hi-tech C펜과 비슷한 펜들이
한국에서도 다양하게 만들어졌으나
여전히 그 성능을 따라가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오랜만에 찾은 종합문구사에는 0.1mm 펜은 물론이오 0.01mm펜까지 있었다.
아...
암튼 0.1mm 펜을 사가지고 와서는 무얼 끄적거려볼까 하다가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 냈다.
어느 뛰어난 소설가 혹은 시인이 어떤 펜을 얻자마자
도무지 아무 것도 쓸 것을 찾지 못해서
melt가 된다는 이야기.
ㅋ
지옥이라든지, 천국이라든지 하는 것을 다만 환상, 거짓으로 생각해왔었는데
인간이 감지하지 못하는 제 4차원부터 9차원까지가 이론상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부터는
그 중 어떤 차원을 임의로 지옥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3차원의 현재 세계에서는 물리적 접근이 불가능하지만
사람이 죽은 뒤 뭐가 뭔지 어찌 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혹, 다른 차원으로 간다거나
혹, 다른 차원에서 지금 세계를 꾸던 꿈을 깨고 일어선다거나
그럴 수도 있겠지 뭐.
세상에 아이러니가 가시지 않는 가운데 오늘 또 그 하나를 발견했는데
세상에 멋지고 좋은 펜들이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더
맘에 쏙 드는 펜을 찾기가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인생 참 쑥쑥 지저분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맘에 드는 펜이 없는 이유 중에 하나는 맘에 드는 이름을 가진 펜이 없는 것도
한 요인이 될 수 있는데
이를테면 <0.1mm의 지옥>이라는 펜은 왜 없는가.
펜에 애착을 갖는 이들,
글쓰기에 애착을 갖는 이들,
애착이라는 지옥을 손아귀에 늘 쥐고 다니는 이들에게
이 얼마나 매력적인 펜의 성함이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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